롯데그룹이 BU(Business Unit)체제를 통해 각 계열사들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옥상옥'으로 오히려 계열사들의 자율경영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조직개편으로 각 계열사를 이끄는 CEO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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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롯데그룹은 최근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신동빈 회장과 황각규 경영혁신실장, 4명의 BU장과 각 계열사를 이끄는 CEO 체제로 재편됐다.
기존 신동빈 회장-정책본부-각 계열사로 이어졌던 구조에서 정책본부가 축소된 대신 BU장이 중간에 추가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를 이끄는 대표이사들은 상위조직을 하나 더 두게 됐다.
특히 계열사 대표이사들의 직급이 BU장들보다 낮고 나이와 경험 등도 이들보다 떨어지는 만큼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임자이자 선배인 BU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전임자들의 카리스마가 워낙 강하다는 점도 새로운 대표이사들에게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허수영 화학BU장은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의 창립멤버다. 40년 넘게 한길을 걸어오며 생산현장과 신규사업팀, 연구소장 등을 두루 거쳤다. 롯데케미칼에서 대표이사로 재직한 기간만 5년에 이른다.
이재혁 식품BU장 역시 6년 동안 롯데칠성음료에서 대표이사를 지냈다. 반면 이번에 롯데칠성음료 새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영구 대표와 이종훈 대표는 둘 다 전무인 데다 나이도 모두 1962년생으로 이 부회장보다 8살이나 어리다. 입사연도는 10년 가까이 늦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과 황각규 사장, BU장 등 대표이사들에게 이른바 ‘헤드’가 너무 많다”며 “신 회장은 각 BU장들로부터 보고를 받는 만큼 예전보다 간편해졌겠지만 대표이사들은 더욱 신경쓸 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BU장들이 몸담아왔던 계열사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를 잘 알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남는다.
호텔롯데와 롯데건설이 같은 BU에 묶여 있지만 송용덕 BU장은 입사 이래 호텔롯데에만 근무해 건설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같은 BU에 묶인 계열사끼리 시너지를 낸다는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다.
보고에 보고를 거듭하는 ‘옥상옥’ 구조로 의사결정이 느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사드 리스크 등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데다 주력인 유통업은 경기에 민감한 만큼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업”이라며 “자칫 예전보다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