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이 대량의 석유 및 천연가스 재고를 비축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 정책에 힘입어 이란 전쟁의 타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 장시성에 위치한 태양 광발전소. [사진=연합뉴스 제공] |
[비즈니스포스트] 이란 전쟁 장기화로 석유 및 천연가스 공급 차질이 심각해지며 중국이 ‘승리자’로 거듭나고 있다는 증권사 도이체방크의 평가가 제시됐다.
중국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대량의 석유 및 천연가스 재고 비축으로 방어 능력을 갖춰내며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과 비교해 타격을 덜 받았다는 점이 이런 평가의 근거로 꼽혔다.
블룸버그는 9일 도이체방크 투자책임자의 말을 인용해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은 이번 전쟁에서 확실한 승리자”라며 “국력이 더 강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도이체방크 투자책임자는 중국도 이란 전쟁으로 중동에서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를 수입하기 어려워졌지만 이는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전략 성과를 돋보이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과 일본, 인도가 이번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공급망 다변화를 서두르고 있는 반면 중국은 이미 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높여두며 화석연료 의존을 크게 낮췄기 때문이다.
중국의 태양광과 풍력, 수력발전 등 저탄소 에너지가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월 기준 40%에 육박했다는 조사기관 엠버의 집계가 근거로 제시됐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약 1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투자기관 바클레이스도 “지난 10년 동안 이어진 중국의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정책은 지금과 같은 에너지 공급망 위기에 충격을 크게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전력 발전 분야에서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이미 보조적 역할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수입에 차질이 벌어지거나 가격이 급등해도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반면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변 국가들은 전력 발전에 원가 상승 여파가 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롬바드오디어는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비축유 물량도 석유 공급 차질과 가격 상승의 타격을 방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천연가스 물량을 선제적으로 대량 확보해 재고로 축적해둔 점도 에너지 위기에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는 비결이라고 진단했다.
시진핑 정부가 2022년부터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화석연료 전략적 비축에 한층 힘을 실었던 성과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에너지 수급처 다변화 측면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으로 수입된 액화천연가스 물량이 연간 사용량의 6.9%에 그쳤다는 정부 통계가 근거로 제시됐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정부는 미국이나 중동에 에너지 수급을 의존하는 일이 위험하다는 것을 일찍이 파악하고 있었다”며 “이는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과 화석연료 수급처 다변화 및 비축 확대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결국 중국이 선제적으로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온 결과가 이란 전쟁을 계기로 돋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뒤 중동의 에너지 주요 수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며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촉발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미국과 2주 동안의 휴전 협정을 맺었지만 합의 내용을 두고 양측이 이견을 보이며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