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 젤딘 미국 환경보호청장(오른쪽)이 지난달 미국 백악관에서 '위험성 판정' 문서 폐기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단행한 기후 규제 완화가 오히려 각 주 정부들의 기후정책 자율권을 보장해주는 조치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현지시각) 가디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위험성 판정' 문서를 공식적으로 폐기하기로 한 조치가 연방정부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주 정부들 입장에서는 전화위복이 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버몬트주, 뉴욕주 등이 시행한 '기후 슈퍼펀드법'이 연방법에 위배된다며 이를 폐지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기후 슈퍼펀드법이란 화석연료 기업들을 대상으로 특별 배상금을 물려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는 법을 말한다.
뉴욕주는 향후 25년간 매년 3억 달러씩 징수해 합계 750억 달러(약 110조 원) 규모 펀드를 조성한다. 버몬트주는 아직 액수를 확정하지 않았으나 비슷한 규모로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법무부는 주 정부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사유로 특정 기업들에 대규모 배상금을 물리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 연방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은 주 정부가 아니라 연방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버몬트주 벌링턴 연방법원에 버몬트주와 뉴욕주를 상대로 한 법안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미국 법 전문가들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배출량 규제의 근거가 되는 위험성 판정을 폐기했기 때문에 연방정부가 주 정부들을 제지할 법적 기반이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위험성 판정은 2009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만들어진 문서로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변화를 유발해 미국인들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에서 단행한 모든 기후정책의 근거였다.
케이트 신딩 데일리 환경법률재단 법률 정책 담당 수석 부사장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위험성 판정 폐기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며 온실가스를 규제할 권한이 정부가 없다고 주장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들(트럼프 행정부)이 그렇게 말한다면 주 정부가 조치를 취하는 것을 제지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뉴욕주 법무장관실은 이같은 근거를 든 자료를 연방법원에 제출했다.
위험성 판정 폐기를 주도한 환경보호청(EPA)은 해당 조치가 자동차 온실가스 규제에만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위험성 판정 폐기와 관계없이 연방법인 '청정대기법'이 주 정부들의 법률이나 규정보다 우선시된다고 강조했다.
리 젤딘 환경보호청장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규제 완화 조치"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에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데일리 부사장은 "위험성 판정이 여전히 유효하더라도 각 주 정부들에는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며 "또 기후 슈퍼펀드 자체는 미래 배출량 때문이 아니라 과거 배출량으로 인한 피해에 매겨지는 벌금이기 때문에 환경보호청의 주장은 법정에서 더더욱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후 슈퍼펀드법 취소소송에 관한 공개 청문회는 이달 30일에 진행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버몬트주, 뉴욕주와 같은 법을 제정한 하와이주와 미시간주를 상대로 한 소송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가디언은 코네티컷주, 메인주, 로드아일랜드주, 뉴저지주, 일리노이주 등도 기후 슈퍼펀드와 유사한 법안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주 모두에서 유사한 법안이 시행된다면 미국 국내 화석연료 기업들은 최소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 비용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