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6-02-24 16:35:45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경제 사법 체계의 근간을 이뤘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다시 정치권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제도 전면 검토 지시에 이어 주병기 공정위원장도 전속고발권을 손질하겠다고 언급하고 나서면서다.
전속고발권 제도가 도입 46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를 두고 여야뿐 아니라 재계 쪽으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전날인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속고발권 폐지가 소신이냐’는 윤한홍 정무위원장의 질문에 “제 소신일 뿐 아니라 대개 선진국들이 그런 방향으로 법이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이어 전속고발권 폐지가 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다른 선진국들은 부담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기업 부담이 발생하지 않게끔 형벌 조항들을 다 정리해야 하고, 형사사법체계와 행정법적인 제재가 서로 충돌하지 않고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게끔 운영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특히 주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전속고발권 폐지 방안과 함께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창구 이원화 문제 해소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공정위는 현재 전속고발권 폐지를 포함해 고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나 일반 국민에게로 넓히는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전속고발권의 폐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제도 폐지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에서 “밀가루, 설탕 담합은 일반 소비자가 비싼 빵을 먹어야 하는 등 피해를 보는데, 소비자들은 그걸 알아도 고발을 못 한다”며 “전속 고발권을 폐지하든지, 일정 숫자 이상의 국민에게 고발권을 주든지 (권한을)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속고발권은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당시부터 도입됐는데 공정거래법 등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 행위는 공정위만이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는 경제법 사건이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단순 사실보다 경제 전반과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한 경쟁사 등의 고발 남발로 인한 기업 경영의 위축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도 담겼다.
다만 하나의 행정기관이 관련 고발을 전담하다 보니 대기업 담합 사건 등에서 ‘봐주기’ 및 처리 지연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주 위원장 역시 정무위에서 “행정적 제재를 하는 기관으로서 형사적 처벌을 하는 기관보다는 고발을 덜하는 건 사실”이라며 “과거 (담합 행위 고발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경성담합’(중대담합)에 한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추진됐으나 2020년 12월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유지’로 급선회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전속고발권 폐지가 검찰의 기업 수사권을 키울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제기되자 전속고발권 폐지 담고 있던 정부 원안을 국회 본회의 직전 뒤집었다. 이를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기업에 휘둘려 재벌개혁 의지가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