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래 기자 klcho@businesspost.co.kr2026-02-10 15: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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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OCI가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미리 인식하는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하며 올해 반도체 훈풍에 올라탈 준비를 마쳤다.
김유신 OCI 대표이사 부회장은 반도체 소재로 OCI의 사업 체질을 강화하는 데 공을 들여온 만큼 올해 가시적 성과에 기대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 김유신 OCI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미리 인식하는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하며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 훈풍에 올라탈 준비를 마쳤다. < OCI >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OCI가 지난해 거둔 실적에서 685억 원 규모의 순손실은 피앤오케미칼 인수합병과 OJCB의 청산에 따른 일회성 비용을 반영한 데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피앤오케미칼을 OCI의 반도체 및 2차전지 소재 자회사이며 OJCB는 OCI가 중국 자오광 그룹과 설립한 중국 내 합작법인으로 카본블랙을 생산한다.
피앤오케미칼과 OJCB는 각각 2차전지 캐즘(일시적 수요정체)과 중국 범용제품 공급과잉에 따른 판매가격 하락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OCI는 지난해 9월 예상을 밑도는 2차전지 수요 및 실적 악화에 따라 피앤오케미칼의 흡수합병을 결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손상차손 705억 원을 반영했다. OJCB는 중국 카본블랙 시장 내 공급 과잉이 심화된 데다 최근 경기 둔화로 중국 내수까지 악화하면서 사업 여건이 크게 나빠졌다.
김 부회장은 전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지속할 수 있는 성장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부실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반도체 등 고부가 소재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으로서는 대규모 손실 가능성을 한 번에 털어내 사업 실적에 불확실성을 줄이고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 중심의 고부가 소재로 사업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고도 볼 수 있다.
OCI는 그룹 차원에서 태양광과 카본블랙에 치우쳤던 사업 무게중심을 반도체 소재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OCI는 일본 도쿠야마와 추진했던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반제품 생산 합작법인의 주체를 OCI테라서스로 변경하는 등 반도체 소재와 관련한 사업 구조조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OCI는 OCI테라서스와 도쿠야마의 합작법인을 통해 2027년부터 매년 4천 MT(메트릭톤) 폴리실리콘 반제품을 공급받아 최종 가공 공정을 거쳐 완제품을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2025년 6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OCI는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 수요에 대응할 목적에서 말레이시아의 OCI테라서스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새로운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공급망 구축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OCI는 인산, 과산화수소 등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핵심소재로도 생산능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 OCI는 반도체 가치사슬에서 인산, 과산화수소 등도 생산한다. 사진은 OCI 군산공장의 전경. < OCI >
OCI는 국내 반도체용 인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로 2024년 8월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인산을 공급한 데 이어 11월에는 DB하이텍으로 납품처를 넓히기도 했다.
OCI의 반도체 소재로 사업영역 확대는 이미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5년 4분기에는 반도체 소재 판매량이 늘면서 베이직 케미칼 부문이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다. 베이직 케미칼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3%를 기록해 OCI 주력인 카본케미칼 부문의 영업이익률 1%를 웃돌았다.
김 부회장은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물량 증가 시점은 인산, 과산화수소, 폴리실리콘 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인산 수요 증가는 이미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OCI가 올해 반도체 산업 활황의 수혜를 본격적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반도체협회(SIA)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AI) 수요의 확대로 초호황 국면에 진입해 연간 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470조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OCI는 2025년 3분기에 실적 저점을 지난 뒤 올해에는 매 분기마다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OCI는 올해 상반기에 '디보틀넥킹(Debottlenecking)'을 활용해 인산 생산능력을 기존 2만5천MT에서 3만MT로 20% 늘리는 증설 계획이 마무리되면 실적 반등 폭을 더욱 키울 수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보틀네킹은 기존 설비의 병목 공정을 해소해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공정 개선 방식이다. 단기간에 생산량을 유연하게 늘릴 수 있다.
OCI는 인산 생산을 놓고 지난해 8월 증설을 결정한 뒤 1년도 채 되지 않아 추가로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김 대표는 “OCI 실적이 본격적 실적 반등 국면에 진입했다”며 “2026년은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 성장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고부가가치 소재 분야 투자를 이어가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