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6-01-29 14: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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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넥슨이 '확률 조작' 논란에 휩싸인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 ‘메이플 키우기' 이용자에 대해 그동안 사용한 모든 아이템 결제 금액을 전액 환불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1월초 출시된 메이플 키우기의 최근까지 아이템 결제 매출은 25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넥슨은 2021년 '메이플스토리 환율조작' 사건으로 사회적 큰 파장을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확률 조작 논란이 불거지자, 조속히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사실상 그동안 메이플 키우기로 벌어들인 매출 전체를 환불하겠다는 강수를 둔 것이다.
▲ 넥슨은 지난 28일 메이플 키우기를 둘러싼 확률 조작 논란과 관련해 사태 진화를 위해 게임 이용자의 아이템 결제 전액 환불을 결정했다. 사진은 메이플 키우기 이미지. <넥슨>
업계에선 넥슨이 '메이플 키우기'란 흥행 게임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과 같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최근 아이템 환율 조작과 관련해 강력해진 규제와 함께 이재명 정부의 강한 제재 방침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게임산업법 개정에 따라 환율 조작으로 밝혀질 경우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수위도 예전보다 더 강해질 전망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직접 확률형 아이템 조작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주문하는 등 정부의 의지가 뚜렷하고, 게임 이용자들의 반발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넥슨 측은 추후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 정부 과징금 등을 고려할 경우 회사 손실이 더 커질 수 있고, 특히 자사에 대한 이용자 신뢰 추락이 전체 회사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사실상 메이플 키우기의 '읍참마속'과 함께 아이템 결제 전액 보상을 결정한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29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메이플 키우기 게임 내 '어빌리티 옵션' 확률 논란과 관련해 문제의 확률형 아이템뿐 아니라 이용자가 게임을 이용하면서 결제한 모든 아이템 결제 금액을 환불 대상으로 결정했다. 기존 공지했던 인게임 보상도 그대로 지급한다.
회사는 지난 28일 공지를 통해 "게임 플레이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오류를 확인하고도 고지없이 수정하는 큰 잘못이 있었다"며 "책임을 통감해 원하는 모든 이용자에 전액 환불을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환불 대상은 지난해 11월6일 게임 출시 이후 환불 공지가 게시된 1월28일까지 게임 내 아이템 결제를 한 이용자다. 무료 게임 특성상 매출 대부분이 아이템 결제에서 발생한 만큼 사실상 '메이플 키우기' 출시 이후 발생한 매출 전부를 포기하는 결정이다.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 논란과 관련해 대표이사 사과와 보상안을 넘어 전면 환불까지 결정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또 국내 게임 업계에서도 전례를 없는 일이다. 통상적으로 운영 오류나 확률 조작 논란의 경우 아이템 보상이나 제한적 환불이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메이플 키우기’는 지난해 11월 초 출시 이후 10주 연속 국내 모바일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기록하며 흥행을 기록해온 게임이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 추정 기준 이 게임의 출시 후 약 45일간 누적 매출은 1400억 원, 누적 이용자는 약 300만 명이다. 이후에도 게임이 매출 최상위권을 유지해 온 만큼 실제 환불 규모는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아이템 결제 매출이 최소 25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불 이후 이 게임의 서비스가 지속될지 여부도 불투명해 보인다.
그동안 국내 아이템 확률 조작에 연루된 게임의 사례를 보면, 사태 직후엔 이용자가 대거 이탈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적으로 다시 이용자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메이플 키우기’는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처럼 이용자 충성도와 장기 접속률이 높지 않은 모바일 방치형 게임인데다, 아이템 환불 조치 이후엔 게임 계정 이용이 제한되기 때문에 사실상 이용자 대거 이탈에 따른 게임 서비스 존속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게임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고액 결제 이용자들도 “환불을 받고 게임을 떠나겠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넥슨은 앞서 “환불 완료 이후에는 기존 서비스 이용 정책에 따라 게임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넥슨 관계자는 “앱마켓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환불을 받고 게임을 떠나거나 환불을 포기하고 보상을 받은 뒤 게임을 계속해 이용하는 것 중 선택해야 하는 구조다.
넥슨이 이 같은 손해를 감수한 배경에는 향후 법적 리스크에 대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유료 재화를 소모해 능력치를 변경하는 어빌리티 옵션에서 사전 안내와 달리 최대 수치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넥슨이 이를 인지한 뒤 별도 공지 없이 수정 패치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며 ‘이용자 기망 행위’ 여부가 논란이 됐다.
▲ 넥슨 경기도 판교 본사 모습. <넥슨>
넥슨은 과거 2021년 ‘메이플스토리 확률 조작’ 사태로 공정위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인 11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피해자들에게 219억 원의 보상을 결정하기도 했다.
최근 확률형 아이템 조작 관련 규제는 크게 강화됐다. 지난해 8월 정보를 고의로 누락하거나 허위 표시할 경우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 2월부터는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의 제재 권한도 강화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 업무 보고에서 "기업이 확률 조작을 감행하는 이유는 수익창출"이라며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경제적 제재가 필요하다"며 아이템 확률 조작 규제 강화를 직접 주문하기도 했다.
이처럼 강화된 규제와 정부의 행정처분의 본보기 기업이 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넥슨은 향후 손해배상 분쟁과 정부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게임이용자협회는 넥슨의 아이템 결제 전액 환불 결정 후 "넥슨의 강력한 구제 조치로 이용자 피해구제는 완료됐다고 본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기한 법률 위반 신고와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신청한 이용자 피해 구제절차를 취하했다.
넥슨의 전액 환불 조치와는 별개로 공정위와 관계 부처가 이번 사안을 직접 조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사태의 쟁점이 확률 조작이란 사실 은폐에 따른 이용자 기망 여부로 확장된 만큼, 환불 여부와 관계없이 행정 제재나 형사적 처벌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 수준의 보상은 이례적"이라면서도 "민사 책임과 형사 책임 여부는 별개인 만큼 모든 리스크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인기 게임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확률 조작이나 운영 논란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넥슨 측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개별 게임을 넘어 신뢰 회복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