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시스템반도체 미세공정인 10나노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시장에서 대만 TSMC, 인텔과 치열한 기술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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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경제전문지 인콰이어러는 14일 “인텔의 10나노 반도체 양산이 또 미뤄지며 부끄러운 입장에 놓이게 됐다”며 “미세공정기술 확보가 처음 계획보다 계속해서 늦춰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둔 8세대 PC용 프로세서 ‘커피레이크’ 시리즈를 공개했다. 브로드웰과 스카이레이크, 캐비레이크에 이어 인텔의 14나노 공정에서 양산되는 네번째 시리즈다.
올해 인텔은 10나노 공정을 처음으로 적용한 반도체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014년과 같은 14나노 공정이 계속 사용되는 데 해외언론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인콰이어러는 “인텔은 지난해와 올해 1월에 재차 10나노 반도체 양산이 2017년 이후로 늦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인텔은 10나노 공정기술개발을 올해 말까지 완료하겠지만 실제 양산은 내년 상반기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초로 내놓았던 10나노 공정 도입계획보다 1년반 가까이 늦춰지는 것이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인텔이 예상을 깨고 공정도입시기를 더욱 늦춘 데 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며 “하지만 올해 10나노 공정을 위탁생산에 먼저 도입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내다봤다.
인텔은 올해 하반기부터 10나노 공정을 활용해 위탁생산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10나노 공정기술확보에 고전하고 있다는 전망은 점점 유력해지고 있다.
경제전문지 시킹알파는 “인텔은 10나노 공정의 정확한 도입시기를 놓고 점점 말을 아끼고 있다”며 “아직까지 큰 진척이 없어 반도체 경쟁사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텔은 자체개발한 10나노 공정이 대만 TSMC나 삼성전자 등 위탁생산업체의 10나노 공정보다 기술적으로 앞선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한다. 하지만 실제 도입시기가 불투명해지며 선점기회를 놓칠 공산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10나노 공정개발을 이미 마무리해 위탁생산에 적용한 데 이어 올해 안에 성능을 더울 끌어올린 2세대 10나노 공정을 도입해 활용할 장기적인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
대만 TSMC가 10나노 공정기술확보에 차질을 빚는 것도 삼성전자의 위탁생산 사업전망을 밝게 한다. TSMC는 애플 아이패드에 탑재되는 AP(모바일프로세서) 신제품의 양산에 차질을 빚어 아이패드의 출시시기가 늦춰지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10나노 공정의 수율 안정화에 예상보다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갤럭시S8에 10나노 공정으로 양산한 AP 탑재를 앞둔 만큼 올해 상반기 안에 큰 진척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S8에는 삼성전자의 10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퀄컴의 ‘스냅드래곤835’와 자체개발한 ‘엑시노스8895’ AP가 탑재된다.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이 일제히 10나노 공정기술확보에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반도체의 기술적 특성상 미세공정화가 진행될수록 안정화에 걸리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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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 |
반도체 전문매체 세미어큐레이트는 “14나노 이상의 공정에서 10나노로 전환할 때는 안정화에 적어도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가장 앞선 삼성전자마저도 5월 말까지 완벽히 정상적인 가동이 어려울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TSMC와 인텔이 이미 10나노 공정 안정화에 거의 성공한 삼성전자를 따라잡으려면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공산이 크다.
특히 애플이 올해 10나노 공정으로 양산을 계획한 아이폰8의 AP를 예정대로 TSMC에 모두 맡기기 어려워질 수 있다. TSMC의 공정 안정화가 늦어지면 아이폰8 출시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최소한 TSMC와 인텔이 충분한 10나노 공정 안정화에 성공할 때까지 올해 위탁생산시장에서 주요 고객사들의 주문을 독점하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TSMC와 인텔이 본격적으로 진출하더라도 삼성전자가 꾸준한 10나노 공정개선과 안정화를 통해 성능과 수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도 있다.
전자전문매체 엔가젯은 “삼성전자의 10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반도체가 인텔보다 성능이 앞설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격차가 확실히 좁혀지고 있어 인텔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