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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100% 관세 땐 HBM 주도권 흔들린다, 메모리 투자 압박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골머리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6-01-19 14: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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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100% 관세 땐 HBM 주도권 흔들린다, 메모리 투자 압박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골머리
▲ 미국이 수입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압박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수입 반도체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빅테크의 메모리 수요와 가격 급등을 고려하면 100% 관세는 비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 의견도 나온다.

19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정부가 한국 등 주요 반도체 생산국을 향해 '100% 관세'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압박하면서, 메모리 호황에 웃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 큰 걸림돌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 16일(현지시각) 뉴욕주 마이크론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기업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에 파운드리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여기서 더 나아가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도 미국에 건설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수입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뒤, 그동안 도입을 유예하면서 각 국가와 개별 협상을 진행해왔다.

최근 대만 정부와는 미국에 2500억 달러(약 370조 원)에 달하는 반도체 신규 투자를 조건으로 상호관세를 20%에서 15%로 낮추고, 미국 공장 생산능력의 1.5배에 해당하는 물량에 대해선 관세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에 합의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우리 정부와 반도체 관세 문제에서 최혜국 대우를 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대만과의 협상 조건을 우리나라에도 적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깨고 개별국에 대한 반도체 관세를 전면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열풍으로 미국 빅테크가 한국산 메모리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100% 관세는 미국 입장에서도 취하기 힘들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국산 메모리에 100% 관세가 붙으면 AI 서버나 아이폰 등 IT 제품 가격은 폭등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미국 내 인플레이션과 빅테크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미국이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압박용으로 보인다"며 "정부와 국내 기업은 너무 급하게 합의하는 것보다 공급망 우위를 앞세워 줄다리기를 하며 실익을 챙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 100% 관세 땐 HBM 주도권 흔들린다, 메모리 투자 압박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골머리
▲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로리 차베즈더리머 미국 노동장관이 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주 클레이에서 열린 마이크론 반도체 공장 착공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이크론>
반면 국내 반도체 기업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현지에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고려해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100% 관세는 단순 협상용 발언이 아니라,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만약 100%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 반도체 기업은 그대로 버텨야 할지,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지어야할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00% 관세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단순 계산으로 메모리 가격이 두 배 상승하는 것으로, 미국 내 메모리 생산 기반을 가진 마이크론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범용 메모리뿐만 아니라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도 흔들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현재 한국 반도체 기업이 생산하는 HBM의 80% 이상은 실질적 최종 수요처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다.  

국내 기업은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판매가를 낮추는 방법으로 대응할 수도 있지만, 그 결과 영업이익률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면 중장기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짓는 문제도 국내 기업 입장에선 섣붇리 결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모리는 '규모의 경제'와 '원가 절감'이 생명인데,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경우 이 같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마이크론도 현재 전체 메모리 생산량의 약 90%를 대만,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에서 생산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의 운영 비용은 제3국 대비 20~40%가량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국내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이를 미국으로 분산하거나 이전했을 때 국내 일자리와 산업 생태계가 약화되는 '산업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2050년까지 600조 원을, 삼성전자는 2042년까지 360조 원을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신공장을 건설하는 데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종환 교수는 "미국 빅테크가 직접 요청한다는 전제 하에 HBM4와 같은 맞춤형 메모리 공장을 미국에 짓는 것은 고려해볼만 하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일반 D램 시설을 중점적으로 구축하면서, 미국 상황에 따라 HBM 생산라인의 규모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투자를 진행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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