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화장품 브랜드숍 ‘더페이스샵’ 대신 화장품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을 확대하고 있다.
더페이스샵이 이니스프리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데다 국내 화장품시장에서 브랜드숍의 경쟁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 네이처컬렉션, 올해 출점에 속도
14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이 올해 네이처컬렉션 출점에 속도를 낸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초 화장품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을 처음 선보이며 연말까지 모두 150개의 매장을 내겠다고 밝혔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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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 있는 네이처컬렉션 매장은 70여 개에 그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현장에서 협의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보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지만 지금도 꾸준히 출점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계약이 종료되는 더페이스샵과 보떼 매장을 중심으로 네이처컬렉션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 싱가포르, 캐나다 등 해외에서도 출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해외에 연 네이처컬렉션 매장은 30여 곳에 이른다.
네이처컬렉션 매장에서 더페이스샵을 비롯한 LG생활건강의 화장품들을 구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 만든 화장품도 구매할 수 있다.
LG생활건강은 매장규모나 상권에 따라 생활용품과 음료도 판매하며 다른 화장품 편집숍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 더페이스샵 고전, 소비자들은 드러그스토어로 이동
LG생활건강은 지난해 2월 네이처컬렉션을 처음 선보였다.
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샵 대신 편집숍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로 더페이스샵의 부진, 브랜드숍시장의 경쟁심화 등이 지목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국내 브랜드숍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예전과 같은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국내시장보다 중국 등 해외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페이스샵은 지난해 6년째 지켜왔던 브랜드숍 1위 자리를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에 빼앗겼다. 이니스프리 실적에 해외매출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전부터 1위자리를 내준 것으로 추정된다.
더페이스샵은 차석용 부회장이 그동안 해왔던 인수합병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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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동석 더페이스샵 대표. |
차 부회장은 2010년 10대 고객을 공략하고 중저가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해 더페이스샵을 인수했다.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 인수로 화장품 매출을 40% 이상 늘렸다. 더페이스샵 인수를 마무리한 2010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아모레퍼시픽을 앞서기 시작했다. 특히 오랜 경쟁상대였던 미샤가 2010년대 들어 부진하면서 업계 1위자리를 더욱 확고히 다졌다.
그러나 더페이스샵의 지난해 매출은 6498억 원으로 2015년보다 3.3% 성장하는 데 그쳤다. 한때 매출성장률이 25%에 이르렀지만 2015년과 2016년 연속으로 3%대 성장에 머물렀다. 영업이익률도 뒷걸음질하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브랜드숍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에 따라 외형과 수익성이 모두 정체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7679억 원의 매출을 거둬 2015년보다 30% 성장했다. 실적에 포함되지 않은 해외매출이 더해지면 매출 1조 원을 훌쩍 넘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브랜드숍시장의 분위기도 예전과 다르다.
국내 소비자들이 단일 브랜드만 구매가 가능한 브랜드숍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화장품을 볼 수 있는 편집숍이나 드러그스토어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리브영으로 대표되는 국내 드러그스토어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3천억 원대였던 시장규모는 지난해 1조2천억 원대로 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보고 화장품을 선택하지 않고 제품 자체의 성능을 중시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브랜드의 화장품을 갖춘 편집숍이나 드러그스토어가 더욱 유리해졌다”며 “이 매장은 여러 브랜드를 한곳에 모은 만큼 브랜드숍보다 고객을 모으는 효과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뒤늦게 뛰어든 편집숍시장, 후발주자 약점 극복할까?
LG생활건강은 편집숍시장 공략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편집숍시장에서 이미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이 1위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아리따움은 아모레퍼시픽이 마몽드와 라네즈, 아이오페 등의 브랜드를 판매하는 편집숍으로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 1350여 개의 매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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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처컬렉션 매장. |
아모레퍼시픽은 2008년 일찌감치 아리따움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했다.
네이처컬렉션은 아리따움뿐만 아니라 올리브영이나 왓슨스, 롭스 같은 드러그스토어와도 경쟁해야 한다.
CJ그룹은 현재 전국에 790여 개의 올리브영 매장을 보유한 데 이어 앞으로 더욱 공격적으로 매장 수를 늘리기로 했다. 올리브영의 매출은 2011년 2천억 원대에 그쳤지만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처컬렉션의 인지도가 떨어지는 점도 극복해야 하는 과제로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지도가 낮으면 가맹사업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매장 수가 늘지 않으며 인지도도 떨어지는 등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