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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국회의 경제민주화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해체 위기까지 몰리면서 경총과 대한상의가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주도권을 잡으려는 노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1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40회 경총 최고경영자 연찬회 2일차 행사에서 ‘경제민주화의 허상과 위험, 기업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신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정치권이 잘못한 것을 재벌에게 돌리고 표심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신 교수는 “현재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발의됐는데 위기 분석이 제대로 안된 연목구어(緣木求魚) 법안”이라며 “헌법정신으로 돌아가 생산적 지분을 보유한 이들이 고용창출과 제조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병원 경총 회장도 9일 연찬회 개회사에서 정치권에 쓴소리를 냈다.
박 회장은 정치권에서 나온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주장을 비판했다. 대권 선두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확대 공약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여겨진다.
박 회장은 “관광 의료 농업 등 수많은 기회를 규제로 묶어 일자리 창출을 막아놓고서 막대한 돈을 들여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안”이라며 “제대로 돈을 버는 일자리를 못 만들겠으니 돈을 쓰는 일자리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기업 투자를 활성화시켜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며 “정부와 정치권에서 불필요한 규제해소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 경종을 울린 것은 경총뿐이 아니다. 대한상의는 더 적극적으로 정치권의 재벌개혁 움직임을 막기위해 움직이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9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만나 20대 국회 경제법안 590개 가운데 규제법안이 407개“라며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박 회장은 ”규제법안이 늘어나 기업들이 점점 얽매인다“며 ”경제 전체를 놓고 보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심각한 충격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8일 국회에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재계의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전달했다. 상의는 보고서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입법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상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총과 대한상의가 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놓고 경제단체 사이의 역할조정과 관련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정경유착 논란 이후 삼성그룹과 LG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하는 등 전경련이 힘을 잃은 상황에서 다른 재계 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3월7일 열리는 경제단체협의회 정기총회에 관심이 쏠린다. 이 자리에서 경제단체 사이의 기능조정 등이 이뤄질 수도 있다.
경제단체협의회는 전경련, 대한상의, 경총, 무역협회, 중기중앙회 등 경제5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경제단체다. 1989년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주도로 설립됐으며 현재는 박병원 경총 회장이 경제단체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주변국도 경제단체의 역할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는 7일 전경련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 한국의 재계현실을 보도하면서 “일본 게이단렌(경단련)은 앞으로 삼성과 LG 없는 전경련과 계속 만날지 상대를 대한상의나 경총 등 다른 경제단체로 변경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