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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충남지사가 6일 도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셀카를 함께 찍고 있다. <뉴시스> |
‘충남 엑소.’
안희정 충남지사가 최근 한 TV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별명을 이렇게 소개했다.
‘안희정 바람’이 뜨겁다. 이 바람이 미풍에 그칠지 혹은 메카톤급 태풍으로 커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선시계가 빨라지면서 돌풍이 불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7일 코리아리서치가 KBS와 연합뉴스의 의뢰로 5일과 6일 조사해 발표한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 안 지사는 14.2%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문 전 대표가 이전 조사에서 8.2%포인트 상승해 29.8%의 지지율로 선두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 조사에서도 안 지사의 급상승이 두드러졌다.
안 지사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권한대행과 함께 가장 ‘뜨거운’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은 박원순 서울시장에 이어 김부겸 의원도 7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문재인-안희정-이재명의 3파전 구도로 사실상 압축됐다.
이 가운데 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안 지사가 ‘문재인 대세론’을 꺾을 대항마로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와 지지율 격차가 여전히 크다. 그런데도 안 지사의 돌풍이 심상치 않게 보이는 것은 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대연정 카드’ 때문이다.
안 지사의 제안을 놓고 정치권의 갑론을박도 뜨겁다. 진보진영 내에서 안 지사의 ‘우클릭’을 놓고 배신이란 표현까지도 나온다. 보수진영은 겉으로 환영을, 속으로 속내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또 중도보수를 껴안으려는 치밀한 정치공학적 계산이 깔린 제안이란 평가도 나온다. 대연정 제안이 실제로 현실화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럼에도 안 지사는 안정감 이미지를 확보하는데 일정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안 지사가 사드배치 존중, 녹색성장과 창조경제 계승, 노동유연성 수용 불가피, 이재용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법부의 판단 존중 등 현안에 대한 발언이나 입장의 연장선에 있다.
무엇보다 안 지사가 태풍의 진원지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는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진보-보수’의 해묵은 프레임을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도가 민주당 내 ‘친문’ 대 ‘반문’ 구도의 틀에도 갇히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안 지사의 대연정 구상을 세대 혹은 시대교체의 요구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 게이트로 극명하게 드러난 구시대 정치세력의 적폐청산을 실현하는 아이콘으로 안 지사의 리더십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은 이재명 시장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두 사람 다 행정가 출신으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으며 나이로도 젊은 주자군에 속한다. 하지만 이 시장이 선명성을 내세운 반면 안 지사는 안정감을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젊은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이미지를 갖췄으면서 연령대가 많은 보수층 유권자들까지 껴안을 수 있는 외연확장의 경쟁력을 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 지사가 최근 대선주자별 호감도에서 문 전 대표를 앞섰다는 조사도 나왔다. 특히 비호감도 조사에서 안 지사가 최하위로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만약에 안희정 지사가 (여론조사 지지율) 20%를 돌파한다면 이거 모른다”며 민주당 국민참여 경선룰에 따라 국민의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는 후보가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선판이 앞으로 어떤 양상을 보일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문 전 대표의 독주체제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충남 엑소란 별명을 내세우고 이세돌9단을 후원회에 끌어들이는가 하면 인기드라마 '도깨비'를 패러디한 '안깨비' 광고로 대중적으로 친근하면서 젊은 이미지를 어필하는 데 공을 들이는 등 안 지사의 최근 행보를 보면 더욱 그렇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