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이 잠재부실을 대량으로 털어내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할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9일경에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다.
대우건설의 실적발표는 다른 경쟁 건설사보다 1~2주가량 늦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대부분 1월 말에 실적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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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
대우건설의 지정감사법인인 딜로이트안진이 대우건설의 회계를 엄격하게 심사하면서 실적발표가 늦어졌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1월 중순에 3분기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딜로이트안진으로부터 ‘의견거절’ 판정을 받았다. 당시 딜로이트안진은 “공사수익과 미청구공사, 부채 등 주요 사안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제시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4분기 실적까지 의견거절을 받을 경우 앞으로 추진될 매각작업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그동안 딜로이트안진과 회계감사를 깐깐하게 진행했다.
대우건설은 다른 건설사보다 한 달가량 앞선 지난해 11월 말부터 연말 회계감사 절차를 밟았다. 대우건설은 평소 딜로이트안진과 2~3개 현장에서만 해외실사를 진행했지만 최근 2달 동안 대부분의 해외 공사현장(약 40개)에서 실사를 벌였다.
증권업계는 대우건설이 이번 실적발표를 통해 약 3천~4천억 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반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잠재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버리는 이른바 ‘빅배스’를 단행해 향후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불안요소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미청구공사액을 2조158억 원 보유하고 있다. 미청구공사액은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으로 발주처가 건설사의 공정률을 인정하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하는데 보통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대우건설은 보유한 미청구공사액 가운데 일부를 영업손실로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3분기 누적으로 영업이익 2662억 원을 냈는데 4분기에 빅배스를 단행하면 연간으로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건설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회계심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번 실적발표에서 딜로이트안진으로부터 ‘의견적정’ 판정을 받아 매각에 발목을 잡을 걸림돌을 제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도 대우건설이 불안요소를 대량으로 털어내면 앞으로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대부분 제거돼 앞으로 진행될 매각이 순항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대우건설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70원(1.31%) 오른 542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건설사의 주가가 모두 하락세를 보였는데 대우건설은 매각 기대감이 반영돼 주가가 오른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이르면 3월경에 대우건설 매각공고를 내고 매각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에 탄력을 주기 위해 사전정지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1월 말에 대우건설의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송문선 전 부행장을 임명하고 이를 도울 인사로 산업은행 소속의 윤부혁 단장을 대우건설 경영관리단장에 선임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재무와 리스크를 관리할 인사로 모두 ‘산은맨’을 임명한 것인데 이들에게 매각을 추진할 때까지 대우건설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릴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의 현재 주가는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매입할 당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산업은행이 현재 주가대로 대우건설을 매각할 경우 수천억 원에 이르는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주가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