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유신 OCI 대표이사 부회장이 반도체 소재와 원료 사업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김유신 OCI 대표이사 부회장이 반도체 소재 인산과 원료 폴리실리콘 사업을 통해 OCI의 재도약을 노릴 수 있을까.
화학소재업계에서는 OCI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만나 상승곡선에 올라탈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나온다.
◆ 반도체 슈퍼사이클, OCI에게 기회
김유신 부회장이 이끄는 OCI는 최근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소재 및 원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인공지능 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향후 몇 년간 장기 슈퍼사이클이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 AI 학습과 운용에 활용되는 가속기와 여기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는 D램과 낸드플래시(eSSD) 모두에서 반도체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말 기준 글로벌 D램 공급자 평균재고는 3.3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수치는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당시 평균재고 3~4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김유신 부회장은 이런 폭발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북 군산공장의 반도체 인산 생산능력을 기존 2만5천 톤에서 3만 톤으로 5천 톤 가량 증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인산은 웨이퍼의 식각 공정에 활용되는 핵심소재다. OCI는 생산공정 효율화를 바탕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디보틀넥킹 방식으로 증설을 진행한다.
이 과정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김 부회장은 추후 고객사의 수요 증가를 점검한 뒤 추가 증설도 검토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OCI의 반도체 인산은 D램과 낸드플래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모든 반도체 공정에서 두루 사용되기 때문에 슈퍼사이클은 OCI에게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OCI는 반도체 인산뿐만 아니라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사업도 하고 있어 수혜가 예상된다.
폴리실리콘은 반도체나 태양광용 웨이퍼의 원재료로 공급망의 핵심으로 불린다. 이 가운데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태양광용보다 높은 순도가 요구돼 기술장벽이 높다. 세계적으로도 미국 헴록과 독일 바커, 일본 도쿠야마 정도의 소수 기업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기업은 OCI가 유일하다. OCI는 SK실트론과 MEMC코리아 등 글로벌 반도체 웨이퍼 업체에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유신 부회장은 "지속해서 적극적 고객사 추가확보를 통해 반도체 인산을 비롯한 기존 소재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한편, 기존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규 사업을 확대해 중장기 성장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35년간 OCI 카본사업본부, 케미컬 사업본부 등에서 주요 사업을 이끌어왔으며, 2025년 3월 부회장으로 승진해
이우현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김유신, 이우현이 닦은 기반 위에 성과 얹는다
김유신 부회장은
이우현 회장이 그동안 닦은 터전 위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OCI가 폴리실리콘 생산을 시작한 것은 동양제철화학 시절인 2007년 무렵이다. OCI는 초기에는 태양광용에 집중했지만 점차 기술력을 살리면서 반도체용으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특히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은 부회장 시절인 2019년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사업의 확장에 방점을 찍고 미래 성장동력을 만드는데 힘썼다.
이우현 회장은 사업다각화 전략을 점차 구체화해 2020년에는 가동을 중단한 군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공장 3곳 가운데 1곳을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설비로 바꿔 가동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는 당시 중국정부의 전기요금 지원을 받은 중국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저가공세에 맞서 활로를 찾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김유신 부회장과 OCI가 최근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사업을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로 밀 수 있었던 것은 일찍이 미래를 내다본
이우현 회장의 결단이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이우현 회장은 지금도 OCI홀딩스 차원에서 OCI와 반도체 사업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OCI홀딩스의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테라서스가 일본 도쿠야마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법인 OTSM(OCI Tokuyama Semiconductor Materials Sdn. Bhd.)을 설립하고 생산공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우현 회장은 김택중 OCI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 이수미 OCI홀딩스 대표이사 부사장과 함께 OCI테라서스의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OTSM 설립을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우현 회장은 2025년 6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OCI는 지난해 SK하이닉스에 반도체용 인산 납품 성공 등 반도체 소재 매출 확장 초석을 다졌다”며 “앞으로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OCI 테라서스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공급망을 단단히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OTSM은 생산공장에서 2029년부터 연산 8천 톤의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상업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OCI그룹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OCI그룹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반도체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폴리실리콘과 인산뿐만 아니라 과산화수소, 반도체 전구체, 흄드 실리카 등의 소재 및 원료 분야에서 더욱 힘써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