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탄소차협력금제 도입을 유예하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현대가아차 등 국내 완성차기업들은 부과금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클린 디젤차를 주력을 내세웠던 독일차 브랜들은 다소 실망한 눈치다. 독일차가 이득을 보지 못하면서 현대기아차는 국내시장에서 독일차와 상대할 여력이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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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정부가 제도를 유예하는 대신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일본차 브랜드는 뜻밖의 소득을 얻었다.
정부의 결정이 대형차가 중심인 미국차를 염두에 뒀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2일 내년 1월부터 도입할 예정이었던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을 2020년 말까지 연기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량에 부과금을 물리고 이 부담금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으로 돌려주는 제도다.
정부는 이 제도 도입을 유예하는 대신 온실가스 감축과 친환경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내년부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보조금을 확대하기로 했다.
전기차에 대해서 세제상 감면(최대 400만 원) 혜택을 유지하고 내년부터 지원대상을 현행 800대에서 1600대로 확대한다.
하이브리드차도 내년 종료 예정이었던 취득세 및 개별소비세 감면(270만 원) 혜택을 연장받는다. 특히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이 100g/km 이하인 중소형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구매 보조금을 100만 원 추가지급한다.
◆ 미국차 눈치보고 이런 결정 내렸나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은 3일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연기한 이유는 국내 산업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정부의 압력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목을 멘 박근혜 행정부의 강박증 때문"이라면서 "행정부의 통상독재로 국회의 입법권은 철저히 무시되고 한국의 정책주권 역시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가 국내 자동차산업의 부담을 고려해 제도 시행을 연기했다는 주장은 미국정부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꼼수라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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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 |
2012년 11월 '대기환경보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윤종수 당시 환경부 차관은 “저쪽(미국)에서 수출하는 차는 대부분 대형차가 많기 때문에 부과금을 많이 부과하는 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미국 등과의) 통상문제라든지 여러 가지를 봐 가지고 이렇게 조정이 됐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한미FTA로 최소 28개의 법률을 개정해야 했던 한국이 이제는 TPP 선결조건이라는 명분 아래 국회를 통과한 법률의 시행시기마저 5년 이상 늦추는 등 정부의 정책주권이 국민만 모른 채 철저히 짓밟히고 있다”며 “미국정부와 기업에 유리한 방식으로 정책을 결정해 놓고 국민에게 국내 산업계를 위한 정책으로 거짓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수입차 견제한 현대기아차 입김 작용했나
3개 국책연구기관의 용역 연구결과에 따르면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 이후 6년 동안 이산화탄소 감소량은 56만 톤으로 당초 목표치의 35%에 그치는 반면 국내 완성차기업 매출은 최대 1조8909억 원 감소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정부의 제도유예 결정을 환영하며 “앞으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개발과 내연기관 연비향상 기술개발에 적극 투자하는 등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제도 도입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쌍용자동차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쌍용차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협력금 기준에 따라 신차를 개발해 2020년 말 모든 차종에서 부담금을 물지 않는 방향으로 연비수준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제도유예에 현대기아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저탄소차협력금제가 수입산 친환경차와 디젤차 판매에 힘을 실어 줄 수 있기 때문에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 실망한 독일차와 뜻밖의 소득 얻은 일본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클린 디젤차로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입지를 넒혀 가던 독일차 브랜드들은 실망하는 눈치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저탄소차협력금제가 기존대로 시행이 됐다면 친환경 엔진기술의 측면에서 앞서 있는 독일차 등 수입차가 유리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구체적 시행시기나 방법 등은 정부기관 및 관련 업계가 모두 협의를 통해 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저탄소차협력금제 도입을 유예하는 대신 전기차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서 독일차 브랜드들에게 소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BMW는 지난 4월 전기차 i3를 국내 출시했으며 폭스바겐은 내년중 7세대 골프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e-골프를 국내에서 선보인다.
뜻하지 않은 소득을 얻게 된 것은 하이브리드차를 주력을 삼고 있는 토요타자동차다.
토요타는 한국에서 하이브리드차 라인업을 강화중이다. 하반기 중 렉서스 NX300h 하이브리드와 캠리 하이브리드가 출시되며 내년 중 프리우스V와 렉서스 IS300h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 토요타자동차 관계자는 “보조금 확대 및 세제혜택을 통해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보호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며 “친환경차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