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맡긴 책임투자 자산의 97.11%가 실제로는 ESG투자에 들어가지 않아 심각한 ESG워싱이 자행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진은 전라북도 전주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신사옥.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연금이 책임투자 자산으로 공시한 위탁운용 자산의 대부분에 'ESG워싱'이 자행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위탁운용 자산 383조9천억 원 가운데 진짜 ESG투자로 인정될 수 있는 자산은 단 11조80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연금이 책임투자 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는 자산의 97.11%가 ESG 투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곳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남 의원은 국민연금이 심각한 ESG워싱을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ESG워싱이란 친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실천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홍보하는 행위를 말한다. 친환경 포장행위를 지칭하는 '그린워싱'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국민연금은 자산군 가운데 대체투자를 제외한 국내주식, 해외주식, 국내외 채권(직접 운용 일부, 위탁운용은 전체)과 관련해 ESG를 고려하고 있다며 해당 자산들을 책임투자 규모에 포함시켜 공시해왔다.
또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위탁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코드 및 책임투자 관련 정책 도입, 지침 보유 여부'를 평가지표에 반영했고 이를 통해 선정된 위탁운용사에 맡겨진 자금도 책임투자 자산으로 분류해왔다.
하지만 남 의원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위탁운용사가 스튜어드십 코드 및 책임투자 관련 정책을 도입하고 지침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자산운용 과정이 실제로 ESG를 고려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 선정 평가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및 책임투자 관련 점수는 본 점수도 아니고 1~2점 수준의 가산점을 부과하는 것에 불과해 선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에 남 의원은 국민연금의 ESG워싱 방지를 목적으로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위탁자산의 책임투자 관련 정보를 요구하고 이에 실사를 거쳐 수탁자책임 활동 보고서를 공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ESG 고려 여부, ESG 고려 방식과 전략, ESG 각 영역에서의 고려 정도, ESG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사유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기준은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을 할 때 뿐만이 아니라 직접운용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의원은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자산 분류는 매우 자의적이어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자본시장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기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과 밸류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직접, 위탁운용 등 모든 기금운용에서 ESG 관련 공시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책임투자라고 명명할 수 있는 고려 정도의 임계점을 설정해 ESG워싱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