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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9일 청와대에서 제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웃으며) 정말 끔찍한 거짓말도 어지간히 해야지 그렇게 저질스러운 거짓말이 난무하는 이게 건전한 분위기인가 하는 회의가 많이 든다.”
“한마디로 나라 품격 떨어지는 이야기다...(중략)얼마나 많은 오해와 허구와 거짓말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가를 역으로 증명하는 거라고 보인다.”
“그동안 진행과정을 쭉 추적해보면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솔직한 심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밤 인터넷 방송 ‘정규재tv'에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인터뷰 했던 내용 중 일부만 추려 본 것이다.
적지 않은 말들이 오갔지만 핵심을 정리하자면 의혹의 대부분은 거짓말이며 자신은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거대한 ‘음모론’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인터뷰 내용을 듣고 문득 나치의 선동가 괴벨스가 했던 유명한 말이 떠올랐다.
괴벨스는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대중이 믿게 된다”고 말했다.
괴벨스는 나치의 공보장관이었는데 천재적인 궤변과 선전.선동으로 독일 국민들을 ‘나치즘의 광기’라는 집단최면 상태로 몰아넣은 일등공신이다. 토마스 만은 그를 가리켜 “신에게까지 거짓말을 하려는 지옥에서 온 입”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이 이런 ‘거짓말’을 태연스럽게 한 배경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터뷰가 있었던 25일 오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자신의 마지막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앞서 “3월 13일 이전에 탄핵심판의 결론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적인 혼란상황을 조기에 수습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만약 2월 말에서 3월 초에 탄핵심판의 결론이 나오게 되면 4월 말 또는 5월 초의 ‘벚꽃대선’이 현실화하게 된다.
현재 분위기로는 탄핵인용에 무게가 실리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박 대통령은 '편안한 거처'인 청와대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구속되는 상황까지 각오해야 한다.
평생을 ‘공주’처럼 살아온 박 대통령에게 이것보다 더 끔찍한 상상은 없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통해 지지층을 향해 ‘SOS'를 치고 싶은 심정도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지도자라면 아무리 처지가 급박하다고 해도 최소한의 ‘품격’은 지켜야 한다. 스스로 인터뷰에서 ‘품격’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날 인터뷰는 한마디로 ‘품격 떨어지는’ 깜짝이벤트에 지나지 않았다.
설을 앞두고 정권에 우호적인 인터넷 매체를 통해 그것도 밤에 기습적으로 인터뷰를 한 것 자체가 의도를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이날 인터뷰를 진행한 정규재 주필은 널리 알려진 극우논객으로 평소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자주 했던 인물이다.
시쳇말로 얘기하면 이날 인터뷰는 ‘짜고치는 고스톱’이었던 셈인데 다급한 처지의 박 대통령이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정 주필에게 “나 할 말 있으니 인터뷰 좀 잡아줘”라고 요청해서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일방적으로 내뱉은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박 대통령이 정말 억울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당하게’ 특검에 나와서 밝히면 될 일이다. 지난해 대국민사과문을 내놓으며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지만 이후 단 한 차례도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그의 말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단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얼마전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한 언론에 ‘그들이 악인인 10가지 이유’라는 칼럼을 썼는데 박 대통령의 심리와 행동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 싶어 일부를 소개한다.
입을 열기만 하면 남탓과 책임전가를 하고 자신에게서는 일말의 책임도 발견하지 못하며 죄책감의 냄새조차 맡을 줄 모르면 악인이라고 했다. 또 자신에 대해서는 미움을 가질 줄 모르는 자가 악인이라고 했다. 이는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어니스트 베커가 한 말이다.
도대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고 전후좌우를 다르게 할 정도로 위장이 뛰어나면 악인이다. 종교사상가 마르틴 부버가 한 말인데 그는 악한 사람들은 그 어떤 모습과도 상관없이 인정을 집요하게 요구한다고 했다.
타인을 개.돼지로 능멸하고 비인간화하면서 자신에 대해서는 도취적이며 특별한 가치로 대접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악의 중요한 신호를 가진 자이다. 이 말은 정신분석가 케른베르크가 한 말이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저지른 행위 중 악한 행위가 무엇인지 분별조차 못하는 자도 악인이다. 그들은 도무지 정직해질 줄 모르기 때문에 그것이 왜 악인지를 분간하지 못한다. 정신과 의사 스콧 펙의 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