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AMD와 브로드컴이 인공지능(AI)용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에 고점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월가에서는 이들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인 것으로 나타났다.
▲ 브로드컴과 AMD가 엔비디아의 AI 칩 시장 독점체제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월 초 이후 전날까지 AMD 주가는 약 34%, 브로드컴은 약 16%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 주가는 3.36% 상승에 그쳤다.
두 기업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칩을 생산하고 있어, 엔비디아의 잠재적 경쟁자로 거론된다.
다만 아직까지 엔비디아의 AI 칩 시장 점유율은 90% 수준으로 사실상 독점상태다.
그런데 최근 두 기업이 챗GPT의 운영사인 오픈AI와 협력하면서 기대감이 강해졌다.
AMD는 지난 6일 오픈AI와 계약을 맺었는데, 오픈AI가 6기가와트 규모의 AMD GPU를 구매하는 대신 AMD는 오픈AI에 신주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앞서 오픈AI가 엔비디아와 맺은 순환계약 구조와 유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브로드컴도 지난 14일 오픈AI와 10기가와트 규모의 AI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체결했다.
오픈AI가 브로드컴의 AI 칩을 구매할 뿐 아니라 AI 네트워킹용 장비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오픈AI는 물론, 미국 빅테크들은 AI용 칩 부문에서 엔비디아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항상 경계해왔다.
일련의 계약을 통해 향후 엔비디아의 새 경쟁자가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증명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오픈AI가 엔비디아와 계약을 체결한지 2주 후 AMD와도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것은 엔비디아 단일 공급에 대한 의존을 회피하려는 것 뿐 아니라 점차 AMD와 엔비디아의 격차가 좁혀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라 말했다.
이어 “일단 오픈AI가 물꼬를 텄으므로 타 빅테크 업체들도 과거보다 AMD에 대한 의존도를 올릴 가능성은 높아진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AI용 칩(하드웨어) 뿐 아니라 네트워킹 장비(소프트웨어)도 공급함으로써 독점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브로드컴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날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AI용 네트워킹 장비를 출시할 예정인데 엔비디아의 AI 생태계에까지 대항하는 의지로 풀이된다.
▲ 엔비디아는 AI용 칩 뿐 아니라 네트워킹 부문에서도 강점을 지니고 있다. |
다만 단발성 호재로 크게 오른 AMD와 브로드컴의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월가의 평가를 보면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울프리서치의 크리스 카소 연구원은 최근 AMD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높이면서 목표주가도 월가 최고 수준인 300달러로 제시했다.
그는 “2027년까지 AMD는 AI 관련해 270억 달러의 매출을 벌 전망이었는데, 오픈AI와의 계약으로부터 추가로 150억 달러를 벌어들일 것”이라 말했다.
바클레이스의 톰 오맬리 연구원도 오픈AI와의 계약소식 이후 AMD 주가를 곧장 200달러에서 300달러로 높이면서 “오픈AI와 AMD의 계약은 서로에게 윈윈이 될 것”이라 말했다.
제프리스의 블레인 커티스 연구원도 AMD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목표주가를 170달러에서 300달러로 올리며 “수 세기에 걸쳐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 말했다.
브로드컴의 경우에도 오픈AI와의 계약 이후 씨티뱅크가 목표주가를 350달러에서 415달러로 높였다.
크리스토퍼 댄리 씨티뱅크 연구원은 “브로드컴의 AI 사업은 2025년 220억 달러 규모에서 2027년 850억 달러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