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날이 2025년 10월9일 579돌을 맞았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은 경제분야에서도 강력한 이자제한법 등 애민정책을 펼쳤던 임금으로 평가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2025년 10월9일 579번째 한글날이다.
배우기 쉬운 글자로 백성들이 생각과 말을 마음껏 펼치기를 바라며 훈민정음,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은 명실상부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으로 꼽힌다.
백성의 삶 곳곳에 미쳤던 세종의 애민(愛民)정신은 조선시대 경제정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세종은 고리대 성행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강력한 이자제한법을 펼쳤던 임금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려시대부터 대출 기간이 아무리 길어져도 이자가 원금을 초과할 수 없다는 ‘일본일리(一本一利)’ 원칙이 있었다. 세종은 여기서 더 나아가 원나라와 명나라 법률을 인용해 대출 이자율 상한을 제한했다.
나라에서 금지령을 내려도 고리대가 계속돼 백성들이 집을 잃고 직업까지 잃는 폐단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지나치게 높은 이자를 규제하는 조치를 내린 것이다.
국가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가 제공하는 조선왕조실록 세종11년(1429년) 4월3일 기록에는 돈을 빌려줄 때 매달 받는 이자는 3푼(3%)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적고 있다.
세종14년(1432년) 3월19일 기록에도 고리대 규제 강화 조치가 나온다.
여기서는 한성부(정부)에서 돈이나 곡식을 빌려주는 경우 "100일이면 원금의 갑절을 받는다"는 법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이를 폐지하고 앞으로 연 이율은 원금의 10푼(10%)로 제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정부 대출이라고 월 이자를 완전히 폐지할 수는 없지만 사채(민간거래)보다 낮아야 한다며 월 이자는 최대 원금의 2푼(2%)까지만 허용하도록 했다. 조선시대 서민금융, 정책금융 제도였던 셈이다.
공적, 사적대출 모두 아무리 돈을 갚는 데 오래 걸려도 원금의 1배 이상 이자를 받을 수 없다는 일본일리 원칙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오늘날에도 금리정책은 개개인의 삶은 물론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내 집을 마련하고 생업을 위한 가게를 얻고 사업을 운영할 목돈이 필요할 때는 물론 생활비를 마련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등 국민의 실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금융’이기 때문이다.
▲ 한국은행이 9월30일 발표한 2025년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3.96%로 7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체 대출금리도 4.06%로 7월(4.06%)과 같았다. |
그래서 때마다 정부는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공공연히 압박하고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를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여긴다.
세종대왕의 이자제한법은 현대에서도 고금리대출, 불법대부업을 포함 크게는 가계부채 문제를 다룰 때 자주 언급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2021년 경기도지사 시절 페이스북을 올린 법정 최고금리 추가 인하를 주장하는 글에서 “조선의 성군인 세종대왕은 민생 해결이 정치의 제1목적임을 강조했다”며 “세종대왕은 연간 10%가 넘는 이자는 공사채를 불문하고 금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생안정과 포용금융은 어느 시대에나 가장 중요한 정책 가운데 하나이면서 또 쉽게 풀어내기 어려운 문제다. 다만 한글 창제로 세계사에 유례없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성군의 기록은 여전히 길잡이가 되는 모양이다.
579번째 한글날인 오늘은 세종대왕의 이자제한법에 깃든 백성 사랑도 새삼 가슴에 새기게 된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