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5-10-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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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신세계푸드가 변곡점을 맞았다. 1년 넘게 강도 높게 추진해온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다시 외형 확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임형섭 신세계푸드 신임 대표이사가 이런 회사를 이끌 적임자로 발탁됐다. 강승협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신세계푸드 사령탑에 올라 비효율 사업을 대거 정리·축소하고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 채널인 노브랜드버거 사업 확장에 역량을 집중했다.
▲ 임형섭 신세계푸드 신임 대표이사가 구조조정으로 꺾인 외형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임형섭 신세계푸드 신임 대표. <신세계푸드>
임 대표는 그와 정반대로 ‘식품 B2B 전문 기업 전환’을 내걸고 외형 확대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세계푸드는 앞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출의 20% 차지하던 단체급식 사업을 매각한 데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던 대안식품 사업도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임 대표가 성장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임형섭 신세계푸드 신임 대표는 그룹 인사 직후인 지난달 29일부터 본격적으로 대표 직무를 시작했다.
임 대표가 내부 발탁 인사로 회사 사정에 밝은 만큼 신세계푸드는 수장 교체에도 특별한 업무보고 일정 없이 사업부별 업무와 임원간 회의 등을 기존 시스템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내부에서는 인사 이후 조직은 오히려 더 안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강승협 전 대표는 2024년 10월 말 신세계푸드 수장에 오른 뒤 모든 사업부문에 걸쳐 부실사업을 정리하며 사업조정을 통한 효율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2024년 말 외식 부문 노브랜드피자 사업을 철수하고 급식사업에서도 저수익부문을 축소, 대형 사업장 위주 수주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올 상반기 신세계푸드는 영업이익 21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7% 급증했다.
다만 매출은 2024년 3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연간 매출은 5년 만에 역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신세계푸드의 내년 연간 매출이 1조2130억 원으로 올해보다도 16%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신세계푸드가 1년 넘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한 데다 단체급식사업은 매각했기 때문이다. 올해 말 영업양도 절차가 모두 종료되면 신세계푸드의 산업체·오피스 등 단체급식 사업 100%가 한화계열 아워홈으로 넘어간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수익성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 마무리 국면에 들어간 신세계푸드 수장을 단 1년 만에 교체하며 성장 국면을 이끌 새 리더십으로 내부인사인 임형섭 신세계푸드 B2B 담당을 발탁했다.
임 대표는 매출의 20%가량을 일으켰던 단체급식 사업을 내려놓고 신세계푸드의 성장을 이끌어야할 과제를 안게 됐다.
더욱이 신세계푸드는 단체급식뿐 아니라 성장 동력으로 키우려 했던 미국 대안식품 사업에서도 최근 철수했다. 대안식품 사업의 또 다른 축인 ‘유아왓유잇’ 브랜드 사업도 축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장 매출 규모가 큰 식자재유통 사업은 이미 자리잡은 경쟁사들끼리 파이(점유율)를 나눠 갖는 시장으로 추가적 성장을 도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세계푸든 관계자는 “식자재유통은 외형성장보다 원가율을 낮추고 이익률을 높이는 등 손익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임 대표는 베이커리 부문 B2B 사업을 확장하는 데 경영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도 이번 인사에서 “임 신임 대표는 신세계푸드의 ‘식품 B2B 전문기업 전환’ 비전을 추진하게 된다”고 밝혔다.
B2B를 신세계푸드 전면에 내건 것은 회사가 차별적 베이커리 공급 능력을 확보하고 있어 현재 사업 영역 가운데 확장의 가시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 노브랜드버거의 새 가맹 모델이 적용된 첫 점포 ‘노브랜드버거 건대점’. <비즈니스포스트>
식습관 변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국내 베이커리 수요는 늘고 있지만 다수 중소 베이커리업체들은 매장이나 소규모 공장 생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대형 베이커리 생산 공장을 보유한 기업은 SPC삼립, 신세계푸드, 롯데웰푸드 등 3사에 그친다. 신세계푸드는 SPC삼립에 이어 2번째로 규모가 큰 매출 4천억 원대 규모의 생산 공장을 갖추고 있다.
다만 신세계푸드 베이커리 부문 B2B 매출의 상당 부분은 신세계 계열 카페 스타벅스 매장과 편의점 이마트24로의 제품 공급에 의존하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SCK컴퍼니(스타벅스 운영사)와의 거래로 일으킨 매출은 2263억 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약 15%에 이른다. 신세계푸드는 스타벅스 푸드 제품의 약 60%를 공급하고 있다.
임 대표는 이 같은 내부채널의 현재 거래 규모를 유지하면서 베이커리 B2B 판매 채널을 계열사 밖으로 확장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대규모 생산능력을 활용해 계열사 밖에서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푸드는 B2B 전환을 선언했지만 B2C 영역에서도 버거 프랜차이즈 노브랜드버거를 외형 성장의 다른 한 축으로 삼고 있다.
앞서 신세계푸드는 5월 출점 비용을 기존보다 40% 넘게 줄인 노브랜드버거 신규 가맹 모델을 선보였다. 이를 발판 삼아 지난해 1200억 원 수준이었던 노브랜드버거 매출을 2030년 7천억 원으로 키워 버거업계 ‘톱3’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노브랜드버거 신규 출점 매장이 월 두 자릿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새 가맹 모델을 선택하는 점주들이 들면서 신규 출점 배장 중 해당 비중이 절반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임 대표가 신세계푸드 매출 규모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런 노브랜드버거 매장 출점 속도를 유지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기준 국내 노브랜드버거 매장 수는 225개였다. 월간 10개 신규 출점을 유지하면 연간 매장 수를 50% 이상 늘릴 수 있는 셈이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신규 출점 확대를 위해 신규 점주를 대상 교육 시설 규모를 기존의 3배 이상으로 확장했다.
임 대표는 1995년 신세계에 입사해 2019년 매입담당 상무보로 신세계푸드에 합류했다. 2021년 매입물류담당 상무, 2023년 식품유통본부장 상무를 역임한 식품 유통 전문가다. 지난해 10월부터 B2B담당 상무를 맡아오다 이번 인사에서 대표에 올라 B2B담당과 겸직하게 됐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