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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CEO '젊은 피' 전진배치, 면세점 수장엔 76세 이석구 앉히다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5-09-29 17: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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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CEO '젊은 피' 전진배치, 면세점 수장엔 76세 이석구 앉히다
▲ 이석구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이사 사장이 76세 고령에도 위기에 빠진 그룹 면세사업을 구할 소방수로 발탁되면서 신세계그룹이 이 사장에게 보내는 두터운 신뢰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이석구 신세계디에프 신임 대표이사.
[비즈니스포스트] “갈 사람이 갔다.”

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 운영사) 신임 대표이사에 내정된 이석구 사장을 놓고 업계 안팎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이석구 사장은 신세계그룹에서 양대 축인 이마트와 신세계를 오가며 계열사 대표이사로만 약 23년을 근무했다. 계열사 가운데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인 면세점 수장에 올해 만 76세를 맞은 이 사장이 또 한 번 새 대표로 발탁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이석구 사장은 신세계그룹이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 26일부터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본사로 출근해 임원들과 상견례를 마친 것으로 파악된다.

인사 시점부터 추석 연휴까지 영업일이 5일에 그치는 만큼 연휴가 끝난 직후까지 업무보고를 받으며 인천공항 면세점 DF2구역 철수 여부를 포함한 사업 전반에 관한 의사 결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그룹이 면세점사업 사령탑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적지 않았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영업손실 359억 원을 내며 연간 적자로 돌아섰다. 2023년 5월 과감한 베팅으로 따낸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권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최저입찰가보다 60% 넘는 금액을 써내 사업권을 획득했지만 코로나19 일상회복 뒤에도 공항면세점 매출이 올라오지 못하면서 공항점에서만 매달 100억 원에 이르는 적자를 보고 있다.

그런 만큼 신세계그룹 인사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면세점 적자를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재무전문가가 신세계디에프 대표로 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아니면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정통한 면세업계 전문가나 단기간에 사업부 정리와 조직 개편 등을 단행할 구조조정 전문가가 발탁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그 어느 쪽도 아닌 이 사장의 신세계디에프 대표 내정을 놓고 업계에서는 진퇴양난에 빠진 그룹 면세사업의 실타래를 풀어나갈 경륜을 갖춘 리더십을 고려한 인사라는 말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사업 실적이 너무 안 좋으니 최고의 경험치를 가진 인물로 전속 대응하겠다는 그룹 수뇌부의 판단으로 보인다”며 “면세업계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기민한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축적된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 최고령 최고경영자(CEO)이자 신세계그룹에서 계열사 대표로만 23년 가까이 근무했다. 내수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유통업계에서 20년 넘게 임원 자리를 지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여겨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원으로 20년 다니기도 쉽지 않다”며 “제가 조선호텔에 근무하고 있을 때 이석구 대표가 90주년 행사를 했는데 지난해 조선호텔앤리조트가 110주년을 맞았다”고 회상했다. 

이 사장이 고령에도 ‘트렌드 세터’로 불릴 만큼 소비 트렌드를 읽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점도 이번 인사의 배경으로 꼽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직전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이사에 선임됐을 때 트렌드 파악이 중요한 T커머스 업체를 이끄는 데 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실적으로 이런 우려를 말끔히 지워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2002년부터 5년 동안 조선호텔, 2007년부터 11년 동안 스타벅스, 2020년부터 3년 동안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사업부문을 각각 이끌었다. 이번 인사 직전 2년은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를 맡아왔다.

그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현 SCK컴퍼니) 대표 시절 매장에 전기 콘센트와 무료 와이파이를 설치해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카공족'을 불러모았고, 스타벅스 리워드 제도와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최초 드라이브스루(DT) 매장을 도입한 인물이다.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최초로 한국에서 선보인 모바일 주문 시스템 ‘사이렌오더’는 미국 본사에 역수출됐다.

다만 신세계그룹이 이런 세간의 평가만으로 이 사장에게 전폭적 신뢰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 사장은 지금껏 자신의 경영능력을 실적으로 입증해왔다. 
신세계그룹 CEO '젊은 피' 전진배치, 면세점 수장엔 76세 이석구 앉히다
▲ 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점 ‘퍼퓸 아틀리에’ 전경. <신세계디에프>
스타벅스코리아 매출은 2007년 1344억 원에서 2018년 1조5223억 원으로 11배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67억 원에서 1428억 원으로 불었다. 신세계라이브쇼핑도 지난해 연간 실적을 매출은 15.6%, 영업이익은 34.1% 개선했다.

신세계그룹 내부에서는 대부분 계열사에 젊은 신임 대표를 내정한 가운데 이 사장이 신세계디에프 대표로 발탁되자 “정말 확실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인가보다”라는 얘기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정기 인사와 함께 영업본부 아래에 있던 인천공항점과 본점 등 면세점 점포를 대표 직속으로 옮기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이 사장이 스타벅스나 조선호텔에 있을 때에 워낙 현장 경영을 중요시했던 분이라 조직개편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 사장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 시절 “사무실에 앉아 보고만 들어서는 절대로 현장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며 전국의 매장을 찾아다녀 ‘사무실에 없는 CEO’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오프라인 고객 접점이 따로 없는 신세계라이브쇼핑 수장을 지내면서는 매주 열리는 신상품 선정위원회에 직접 참석해 상품 경쟁력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장은 이명희 총괄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측근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유경 신세계 회장 취임 뒤 첫 인사에서 신세계디에프 수장에 오르며 또 다시 오너 일가의 신임을 받았다. 

다만 이 사장 앞에 놓인 면세사업 돌파구를 찾아야 할 과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에게도 결코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2023년 과감한 베팅으로 사업권을 따내면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적자를 내고 있는 인천공항 DF2 구역 사업 철수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다. 

하나 남은 시내면세점인 본점 역시 외국인 관광객들이 최근 면세점보다 올리브영, 다이소 등 로드숍을 찾는 추세로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이 사장이 면세사업 돌파구 마련이라는 중책을 맡긴 그룹의 신뢰에 부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 사장은 위기관리 능력이 워낙 탁월하고 가는 곳마다 좋은 성과를 냈다”며 “그런 만큼 신세계그룹이 이 사장에게 거는 기대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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