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5-09-25 17: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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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으로 편의점 업계에 모처럼 훈풍이 부는 가운데 만성적자에 빠진 이마트24의 3분기(7~9월) 실적에 업계 시선이 쏠린다.
최진일 이마트24 대표이사는 1·2차 소비쿠폰 발급에 맞춰 대규모 프로모션을 운영하며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 이마트24가 정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의 수혜를 오롯이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진은 최진일 이마트24대표이사.
다만 앞서 편의점 업계 후발주자 이마트24의 빠른 외형 확장을 가능케 했던 무로열티 정책의 그림자가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의점업계가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힘입어 매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이마트24 본사는 정액제로 계약한 가맹점 비중이 높아 그 수혜를 오롯이 받기 힘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 유통업체 매출 동향 통계에 따르면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7월21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7월과 8월 편의점 점포당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6.1%,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1~6월 편의점 점포당 매출은 대부분 0%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했고, 2월에는 5.4% 역성장을 기록했다.
편의점은 유통채널 가운데 객단가가 가장 낮아 상대적으로 안정적 성장을 이뤄왔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편의점 업태마저 최근 들어 성장세가 꺾이는 형국이다.
다만 편의점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통채널 중 유일하게 소비쿠폰 직접 사용이 가능해 해당 수혜가 집중되고 있다. 특히 7월 매출 반등 폭이 큰 것은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되는 소비쿠폰의 경우 해당 금액이 우선 차감돼 지급 초기에 대부분 금액이 소진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이달 22일 2차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됐다. 두 차례에 걸쳐 지급된 소비쿠폰 금액의 대부분이 3분기에 쓰일 공산이 큰 셈이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 “편의점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직접적으로 사용 가능한 만큼 관련성이 가장 높은 유통 채널”이라며 “개별 편의점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또한 턴어라운드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산자부 편의점 관련 통계에는 GS25, CU, 세븐일레븐 등 업계 상위 3사 이외에 이마트24 실적은 포함되지 않았다.
최진일 대표는 6월 송만준 전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이마트 MD혁신담당을 지내다 예기치 않게 이마트24 수장에 올랐다.
이마트24는 2014년 창립 뒤 2022년 한 해를 제외하곤 매년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149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신세계그룹은 최 대표를 내정하며 “이마트24만의 특화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대표로서는 정부 소비 진작정책에 올라탄 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마트24가 해당 수혜를 오롯이 누리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단가가 낮은 제품을 판매하는 편의점 업태 특성상 소비쿠폰을 다수 유치하는 데는 고객 접점이 많은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마트24는 국내 편의점산업에 가장 늦게 합류한 후발주자로 매출·매장수 기준 4위를 달리고 있다. 6월 말 기준 전국 이마트24 매장 수는 6135개로 업계 3위 세븐일레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GS25와 CU 국내 매장 수는 나란히 1만8천 개를 넘어섰다.
더욱이 이마트24는 정률제를 채택한 경쟁업체들과 달리 현재 월회비(정액제) 방식으로 계약하고 있는 점포 비중이 80%를 넘어선다. 가맹점들의 매출이 올라도 본사가 추가적 수익을 누리는 데는 제약이 있다.
▲ 이마트24 민생회복 소비쿠폰 프로모션 관련 이미지. <이마트24>
이마트24는 애초 월회비 방식으로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가맹점 수익 중심 모델을 앞세워 업계에 빠르게 자리를 잡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마트24는 지난해 4월 기존 무로열티 정책을 깨고 정률제인 ‘로열티 가맹’ 모델을 도입했다. 그 뒤 신규 가맹점은 모두 전체 매출이익을 점주 71대 본사 29의 비율로 가져가는 방식으로 계약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마트24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점포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어 신규 출점 자체가 많지 않아 전환 속도가 더딘 형국이다.
6월 말 기준 이마트24 국내 매장 수는 로열티 가맹 모델 도입 전인 지난해 1분기보다 약 470개 감소했다.
로열티를 받지 않는다는 이마트24의 정책은 실제 초기 사업을 확장하는 데는 큰 역할을 했다. 2014년 501개였던 이마트24는 2022년 6천 개를 넘어서며 8년 만에 12배 넘게 증가했다.
매장 수 6천 개는 이마트24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손익분기점(BEP)으로 여겼던 수치다. 실제 이마트24는 2022년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국내 편의점업계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경쟁이 심화하면서 이듬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최 대표는 취임 뒤 이마트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상품 도입 점포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가 축적한 노브랜드 상품 인지도와 제품력을 활용해 빠르게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6월 말 1868개였던 이마트24 노브랜드 상품 판매 매장은 현재 2023개로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2500개로 확산을 목표로 한다. 월회비 계약을 맺은 매장이더라도 노브랜드 상품을 도입하면 해당 수익은 본사가 배분해서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최 대표는 2000년 신세계 이마트 부문으로 입사해 노브랜드BM 기획·운영팀장, 그로서리본부 신선2담당 등을 역임했다. 그룹 내 ‘상품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