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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정계복귀를 선언할까? 아니면 현대중공업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매진할까?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 이사장이 보수진영의 대선주자에 합류할 수 있다는 말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정 이사장은 국회의원만 내리 7선을 했고 집권여당의 대표까지 맡은 경험이 있어 보수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상황에서 대선후보 경쟁에 뛰어들기에는 무리라는 시각도 자리잡고 있다.
◆ 정몽준, 대선 출마 위한 정계복귀 선언할까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를 막론한 차기 대선주자들이 줄줄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 이사장도 대선 출마를 위해 정계에 복귀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말에 새누리당을 탈당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정치적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수진영이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등으로 재편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향후 거취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보수진영에 뚜렷한 대선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정 이사장이 대선후보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기 위해 이른 시일 안에 정계복귀 선언을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바라본다.
새누리당은 당 쇄신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당분간 대선후보를 내세우기 힘들고 바른정당도 대선 잠룡으로 꼽혔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모두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2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을 제외하면 보수진영에 유력한 경쟁후보가 거의 없는 셈이다.
중도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최근 바른정당 입당을 추진하며 보수층을 아우르는 후보로 나서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아직 지지세력이 확실하게 집결된 상황은 아니다.
정 이사장이 대선 경쟁에 뛰어들 경우 보수층의 지지를 받을 새로운 후보로 떠오를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 있다는 관측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정 이사장은 2009년부터 1년 동안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대표를 역임해 보수진영의 대선주자로 뛸 수 있는 충분한 경험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계복귀를 위한 발판도 어느 정도 마련돼있다. 정 이사장의 정치권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양석 의원은 바른정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고 정 이사장의 울산지역구를 이어받았던 안효대 전 의원도 바른정당에 합류한 상태라 정계복귀를 위한 포석이 다져진 것으로 파악된다.
◆ 현대중공업 경영문제 해결이 관건
정 이사장의 정계복귀를 점치기에는 현대중공업의 경영문제가 걸림돌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정 이사장은 1988년 정계에 입문하면서부터 현대중공업 경영과 선을 그어 왔다.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지분과 최측근 인사의 전문경영인 선임 등을 통해 현대중공업 경영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도 사실이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의 지분을 10.15%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아산나눔재단이 보유한 지분 3.18%도 사실상 정 이사장의 지배 아래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의 경영을 맡고 있는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부회장은 정 이사장의 측근으로서 현대중공업의 체질개선을 위한 구조조정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경영상의 어려움이 불거질 때마다 정 이사장의 책임론과 함께 경영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나왔다.
군산시와 군산시의회, 군산상공회의소 등 군산시 유관단체들은 25일부터 정 이사장의 자택 앞에서 500여 명이 참석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2월부터는 정 이사장의 자택 주변에서 릴레이 1인 피켓시위 등도 이어가기로 했다.
군산시 유관단체의 반발은 최길선 회장이 최근 송하진 전라북도 도지사와 문동신 군산시장 등을 만나 군산조선소 도크(선박건조대)의 가동을 6월부터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데 따른 항의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문 시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운영이 어렵다고 아무런 대책없이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이 현대중공업의 기업윤리이고 가치관이냐”며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해 앞으로 정 이사장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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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동신 군산시장이 지난해 12월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군산조선소폐쇄 반대서명 전달식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에게 서명부를 전달하고 있다. <뉴시스> |
◆ 조기대선 가능성도 정계복귀의 걸림돌 될 듯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인용여부에 따라 조기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점도 정 이사장의 정계복귀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늦어도 2월 말에서 3월 초에 탄핵소추안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헌법에 따라 4월 말~5월 초에 차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수 있다.
이 경우 현대중공업의 지배구조 개편작업과 시기가 맞물릴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은 4월1일부로 비조선사업부 3곳(전기전자, 건설기계, 로봇·투자)을 분사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현대중공업은 이 가운데 로봇·투자부문을 현대로보틱스라는 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지주사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혀놓았다.
증권가는 올해 상반기 안에는 현재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의 순환출자구조가 해소되고 ‘정몽준→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 등 계열사’의 지주사체제가 확립될 것으로 바라본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지배구조개편에 부담을 안길 수 있는 경제민주화법안들이 속속 발의되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안정적인 승계구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시기가 당겨질 경우 정 이사장이 안정적인 승계구도를 마련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정계복귀에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이사장은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뒤 2년 반 동안 현실정치에서 떨어져 있었다”며 “조기대선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대선주자로 뛰는 위험성을 감수하기보다 현대중공업의 승계구도를 짜는 데 매진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