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5-09-03 16:5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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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오리온이 수출 확대를 통한 구조적 외형 성장을 노린다. 오리온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대표적 식품업체로 꼽히지만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쳐왔기에 수출 실적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하는 등 K컬처 열풍이 거세지면서 오리온의 해외사업 방향성에 전략적 변화가 감지된다.
▲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해외 수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며 매출 5조 원 목표 달성을 향한 구조적 외형 성장을 노린다. 사진은 허인철 부회장.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은 해외 현지 생산기지가 없는 지역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 수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며 매출 5조 원 목표 달성을 향한 밑거름을 뿌리고 있다.
3일 오리온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충북 진천 통합센터 착공에 들어갔다. 센터는 축구장 26개 크기인 18만8천㎡(약 5만7천 평) 부지에 연면적 14만 9000㎡(약 4만5천 평) 규모로 건설된다. 생산, 포장, 물류까지 연결된 원스톱 생산기지다.
오리온은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센터 건설에 최근 5년 동안 식품기업 국내 투자로는 최대 규모인 4600억 원을 투자한다. 2027년 준공되면 국내 생산능력은 기존 1조9300억 원에서 2조3천억 원으로 20%가량 늘게 된다.
진천 통합센터 건설로 늘어나는 생산능력은 대부분 현지 생산기지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지역의 수출 물량을 대응하는 데 활용된다. 오리온이 보유한 국내 4개 식품공장의 올 상반기 가동률은 69.5%로 침체된 내수시장에서 대응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오리온은 국내 식품업계가 침체된 가운데도 단단한 해외사업을 바탕으로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지난해 오리온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5%, 영업이익률은 17.5%에 달했다.
다만 오리온 한국법인의 수출 실적은 지난해 기준 844억 원, 전체 매출의 약 2.7%로 미미한 수준이다. 지금껏 해외 현지 공장을 짓고 각 시장 판매 제품도 현지 취향에 맞춰 한국 제품과 다르게 출시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해외 진출을 타진하며 북미와 유럽, 아프리카 등 글로벌 식품업체들이 선점한 지역보다 신진 시장을 집중 공략해 해외에서 동등한 입지를 구축하는 전략을 택했다. 1990년대 초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 등으로 본격 진출을 결정하고 수출을 진행하다 1997년 중국, 2006년 베트남·러시아, 2021년 인도에 현지 공장을 준공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에서 법인별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 41%, 한국 35%, 베트남 16%, 러시아 7%였다.
허 부회장은 올해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기존 해외사업 전략을 틀어 미국, 유럽 등지로의 수출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리온은 최근 스낵 제품 ‘꼬북칩’을 프랑스 까르푸 약 1200여 개 전 점포에 동시 입점시켰다. 판매 추이를 보며 입점 매장을 늘려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꼬북칩이 까르푸 바이어들로부터 상품성을 높게 인정받은 데다 현지에 부는 K컬처 열풍에 힘입은 결과이다. 앞서 작년 9월에는 영국, 스웨덴, 아이슬란드 코스트코 31개 점포에 초도 물량을 공급하며 유럽 공략에 본격 나섰다.
오리온은 유럽 수출 시장 개척에 있어 2018년 국내 ‘품절 대란’이 일었던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을 내놓은 뒤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는 다양한 맛을 차례로 개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철저한 현지 시장 분석을 통해 진출했던 기존 해외 법인과 정반대 방식을 취한 것이다.
▲ 미국 생활용품점 미니소에 진열된 '꼬북칩'. <오리온>
오리온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수출 시장은 ‘스낵의 본고장’ 미국이다.
올해 1~7월 오리온의 미국 수출액은 약 31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49%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꼬북칩 미국 수출액은 33% 증가한 113억 원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미국 내 젊은 층 사이 K컬처 관심이 고조되면서 ‘꼬북칩’ 인기가 늘자 현지 판매 채널을 2017년 출시 초기 한인마트에서 2019년 코스트코, 2021년 미국 전역 샘스클럽, 지난해 저가형 할인점 ‘파이브빌로우’와 생활용품점 ‘미니소’ 미국 전역 점포로 확대했다. 미국 코스트코에 입점한 ‘참붕어빵’도 인기를 끌며 수주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리온은 미국에서 꼬북칩 단일 품목 연간 매출이 400억 원을 넘어 서면 현지 생산 공장 설립을 검토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국산 꼬북칩은 미국·영국·스웨덴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등 20여 개 국으로 선적되고 있다. 최근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랍에미리트로의 수출 확대도 추진 중이다.
허 부회장은 신세계그룹 출신 재무·조직 관리 전문가로 2014년 오리온에 영입돼 대기업 DNA를 심으며 회사를 완전히 바꿔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리온은 허 부회장 체제 10년 만인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은 3조 원, 영업이익은 5천억 원을 넘어섰다.
오리온은 6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중장기 목표로 매출 5조 원, 영업이익 1조 원 달성을 제시했다. 지난해 오리온의 최대 해외시장을 맡고 있는 중국 법인 연간 매출이 1조2701억 원이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기존 시장의 성장뿐 아니라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이 반드시 필요한 셈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케데헌’과 ‘메이드 인 코리아’ 열풍에 힘입어 꼬북칩 수출국이 확대되고 물량도 급증하고 있다”며 “예감, 알맹이 젤리 등 다양한 제품에 대한 바이어들의 문의도 늘고 있는 가운데 진천 통합센터를 수출 전진기지로 만들어 해외시장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