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금빵의 가격을 놓고 온오프라인에서 논란이 많다. 8월31일 서울 성동구 글로우성수에 마련된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의 ‘ETF 베이커리 팝업 스토어’에 소금빵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구독자 360만 명을 보유한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의 소금빵 990원 논란으로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많은 소비자들은 “안 그래도 빵 가격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는데 마침 잘 됐다. 이번을 계기로 빵값이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자영업자들 얘기는 정반대다. “인건비와 임대료를 뺀 재료비만 1천 원이 넘는데 이런 구조를 정확히 들여다보지 않고 우리들을 싸잡아 ‘폭리를 취하는 사람’으로 매도하는 게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논란이 커지자 슈카월드가 직접 나서 “자영업자를 비난한 적 없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온라인에서 시작된 소금빵의 적정 가격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확산하고 있다.
슈카월드를 칭찬하는 쪽도, 비난하는 쪽도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자영업자들은 하나같이 재료비가 1천 원 이상이므로 빵값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금빵의 원조인 일본에서는 개당 1천 원대에 판매하는데 우리나라는 왜 원조국보다도 가격이 비싸냐고 목소리를 높여봐야 소리 없는 아우성에 지나지 않는다.
당장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인 바게뜨만 하더라도 현지에서는 평균 1700원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나마 대중적인 프랜차이즈에서 팔리는 가격이 4천 원 이상이다.
실제로 한국의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는 미국과 일본, 프랑스 이상이라는 통계도 있다. 여기에다가 버터와 우유, 달걀, 설탕을 넣어야 빵이 완성되는데 이들의 평균 가격 모두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비싼 편이다.
하지만 소금빵 가격이 개당 3천~4천 원으로 비싸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넓게 번져있는 것 역시 이번 논란이 환기한 사실이다.
슈카월드가 제작한 990원짜리 소금빵을 먹기 위해 팝업 매장이 문을 열기 2~3시간 전부터 대기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결국 1천 원도 안 되는 소금빵을 향한 시장의 니즈가 매우 컸다는 것을 증명한다.
사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수요와 공급 법칙에 있어 보인다.
그렇게 비싸다는데도 사람들은 소금빵에 열광한다. 당장 슈카월드가 990원짜리 소금빵을 팔기 위해 팝업 매장을 낸 서울 성수동 일대에는 소금빵 성지로 유명한 곳만 두어 군데가 넘는다.
대표적인 B매장만 하더라도 기본 소금빵 가격이 3900원이고 토핑이 추가되면 4천 원대 후반까지 하지만 평일 점심 기준으로 적어도 10~15분을 기다려야만 사먹을 수 있다.
성수역 3번 출구 근처 두세 블록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J매장 역시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줄이 족히 수십미터는 늘어서 있다. 이 매장의 소금빵 가격도 개당 3천 원씩 하지만 사람들은 성수동에 왔다면 꼭 먹어야 한다며 시간쓰기를 아까워하지 않는다.
사실 ‘빵플레이션’의 문제는 비단 소금빵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 베이글 열풍을 몰고 온 런던베이글뮤지엄만 하더라도 대기는 항상 기본이다. 원격줄서기 기능을 사용해도 최소 20~30분은 기다려야 한다. 주말에는 40분 이상도 멍 때릴 각오를 해야 한다.
이 집의 베이글 가격은 기본 메뉴 기준으로 3800원이다. 코스트코나 이마트와 같은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베이글과 비교하면 가격이 최소 5배 이상이다. 파리바게뜨와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와 비교해도 35% 이상 비싸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곳을 찾아간다. 그만큼 수요가 넘쳐난다는 얘기다.
아주 단순하게 파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솔직히 그 가격에 안 팔 이유가 없다. 생산자는 나름 자신의 인생을 걸고 가격을 책정한다. 근데 소비자가 그 가격에 줄을 선다. 좀 비싸게 받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고객들이 찾아주면 그게 곧 시장이 합의한 가격이다.
만약 어떤 사장이 책정한 가격에 아무도 줄을 안 선다? 그렇다면 그 집은 망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슈카월드가 불을 지핀 소금빵 논란도 여기에 본질이 있다. 사람들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도 맞지만 그만한 소비가 이뤄지는 것 역시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소금빵 수요와 공급 곡선이 만나는 지점이 한국에서는 개당 3천 원대일 수 있다.
▲ 대형마트들은 최근 수년 사이 하나둘씩 저렴한 치킨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15년 전 통큰치킨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처럼 대형마트가 치킨 프랜차이즈를 죽이려 한다는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사진은 6월26일 26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 진열된 통큰치킨. <연합뉴스> |
사실 이 논란은 15년 전 유통가를 달궜던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논란과도 닮아 있다.
롯데마트는 2010년 12월 치킨 한 마리를 5천 원에 내놨다. 당시 대형 프랜차이즈가 파는 치킨 가격이 마리당 1만5천 원 안팎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로 파격적인 금액이었다.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롯데마트를 맹비난했다. 치킨의 생산 과정을 무시한 채 대형마트가 자영업자를 죽이려 덤벼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정치권과 치킨 프랜차이즈의 압력 탓에 롯데마트는 일주일 만에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대형마트들이 5천~7천 원대에 치킨을 내놨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대형마트의 치킨이 골목상권을 위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심지어 대형마트 치킨을 사기 위해 개장 전부터 줄을 선다는 소식도 요즘엔 뜸하다.
시장이 구분됐기 때문이다.
먹어보면 안다. 사람들은 마트에서 파는 치킨의 품질을 주요 브랜드 치킨과 동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품질이 떨어지는걸 알면서도 이를 감수하고 싼 맛에 먹는 경우가 대다수다. 누가 먹어도 맛있는 치킨을 먹고 싶다면 프랜차이즈로 달려간다.
소금빵 논란도 언젠가는 이렇게 갈릴 것이라고 본다. 3천 원대 이상에 판매해도 이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해당 매장으로 갈 것이고, 990원에 사먹겠다는 소비자는 저렴한 매장을 찾아 헤맬 것이다.
결국 모든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고 가격은 소비자와 사장의 생각이 일치하는 곳에서 결정된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