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용 기자 jypark@businesspost.co.kr2025-09-01 16: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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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 사태로 MBK파트너스를 향한 본격적 제재 절차에 돌입했다.
주요 쟁점사항으로 상환전환우선주(RCPS) 관련 불건전영업행위가 꼽힌다.
▲ 금융당국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RCPS 상환권 변경 결정을 살피고 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리테일투자의 RCPS 상환권 변경을 진행하면서 국민연금의 손실 가능성 높아진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홈플러스 사태를 살펴보겠다고 언급하면서 MBK를 향한 금융당국의 수사에 속도가 붙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는 금융당국의 MBK파트너스 징계 수위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MBK에 검사의견서를 발송했다.
검사의견서는 제재 대상에게 제재 근거와 예상 징계수위를 밝히는 ‘사전 예고’ 성격을 지닌다.
이번 검사의견서는 올해 3월 진행된 금감원의 현장검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당국은 김병주 회장과 MBK가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관련해 불건전영업행위를 저질렀는지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CPS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자가 원금 상환을 청구하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이다.
회계기준에 따르면 상환권이 투자자에게 있으면 부채, 상환권이 발행사(채무자)에게 있으면 자본으로 인식된다.
MBK의 SPC인 한국리테일투자는 지난 2월 RCPS의 상환권을 홈플러스에 넘겼다.
그 결과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대폭 개선됐지만, 국민연금 등 투자자들의 RCPS 회수 가능성은 낮아졌다.
이후 홈플러스가 기습적 회생절차 신청을 진행하면서 국민연금은 투자 손실을 떠안게 됐다.
국민연금은 2015년 MBK의 홈플러스 인수 당시 RCPS 5826억 원, 보통주 295억 원 등 모두 6121억 원을 투자했다.
국민연금은 현재까지 차환(리파이낸싱)과 배당금 수령 등으로 RCPS 3131억 원을 회수했다.
다만 보통주 투자금액은 회생절차 과정에서 전액 손실 처리됐고, RCPS 역시 나머지 원금과 이자 등을 합쳐 약 1조 원 가량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MBK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방지와 이로 인한 한국리테일투자 보유 홈플러스 지분의 가치 보전으로 국민연금 등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RCPS 발행조건 변경에 동의했다”고 해명했다.
▲ 국민연금은 홈플러스 투자로 1조 원가량 큰 손실을 입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국민연금이 파격적인 지원을 해줬다”며 “국민연금이 이번 사태로 큰 손실을 보게 된 만큼 MBK와 다시 손잡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올해 7월 위탁운용사의 운용 성과 평가 기준에 ‘운용수익의 질’ 항목을 더했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운용사에 평가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김병주 회장이 국민연금과의 연이 끊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왔다.
금감원이 MBK에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경우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MBK를 향한 투자에 제약이 생길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당국과 국민연금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최근 새 정부의 금융당국 수장들이 MBK를 집중적으로 살피는 분위기”라고 짚었다.
금감원은 지난달 27일에도 MBK 본사를 다시 조사하며 칼끝을 겨누고 있다.
이번 현장조사에는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의중이 반영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지난해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을 맡으면서도 “국민연금이 MBK에 투자하거나 위탁운용사로 선정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임행위”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도 압박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는 31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 청문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최근 제기된 사안에서 나타난 사모펀드(PEF)의 일부 행태는 시장과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PEF의 과도한 단기차익 목적 기업지배 행태를 개선해 PEF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고, 사모펀드의 공과를 점검하고 시장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의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이 후보는 또 “수사 과정에 금융당국(증선위)가 협조할 부분이 있으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하며 MBK를 향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