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석화제품 공급과잉을 예측해 착실히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LG화학 > |
[씨저널]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석유화학제품 공급과잉에 제대로 대응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교토삼굴(꾀 있는 토기는 굴을 3개 파놓는다)' 전략을 강조했다고 전해지는데 이번 중국발 석유화학제품 공급과잉에서도 이 전략이 효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피해는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공통된 현상이지만 다른 화학업체와 비교해 LG화학은 상대적으로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낮춰왔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LG화학은 기초화학 비중이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DL케미칼, HD현대케미칼, 여천NCC, 효성화학 등 다른 석화업체와 비교해 낮아 현재의 다운사이클에 대한 방어여력이 높은 편이다"고 분석했다.
신학철 부회장은 취임 첫해인 2018년부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강조했다.
그는 2019년 7월 LG화학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와 미래, 불황과 호황을 아우를 수 있는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사업을 2024년까지 30%까지 낮추고 자동차 전지 사업을 중심으로 전지 사업의 매출 비중을 50% 수준까지 올리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약속은 대부분 지켜져 2024년 기준 LG화학의 연결기준(LG에너지솔루션 포함) 매출에서 석유화학 사업의 의존도는 38.1%로, LG에너지솔루션의 연결기준 비중은 52.4%로 파악된다.
신 부회장이 취임했던 2018년에는 아직 LG에너지솔루션이 분할되기 전이기 때문에 당초 약속했던 수치를 지킨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국내 전문가들은 2018년 무렵부터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과잉생산이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잇달아 경고한 바 있다.
이정아 국제무역통상연구원 통상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석유화학 기초소재인 에틸렌은 2018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 조짐이 있었다"며 "중국 생산능력 확장이 큰 요인으로 꼽히는데 이런 흐름은 2025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미 2020년부터 석유화학 자급률을 제고하고 공급망 내재화를 가속화하겠다는 목표를 밝히면서 대규모 설비 증설을 독려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 결과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2020년 3227만 톤에서 2024년 5440만 톤으로 급등하면서 전 세계 물량의 약 64%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10여년 전에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수출에서 절반 가량을 차지하던 중국 수출은 2021년부터 감소세가 가팔라졌다.
재계에서는 신 부회장이 일찌감치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교토삼굴 전략의 일환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데 힘을 썼기 때문에 리스크를 완충한 편이라고 바라본다.
대외 환경의 위기감이 고조되던 2023년 신년사에서도 교토삼굴 전략을 꺼내든 바 있다.
신 부회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대외환경에서 촉발된 위기는 상당기간 거셀 것으로 보인다"며 "토끼가 세 개의 굴을 마련하듯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항상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신용평가업계에서는 중국에서 나타나는 석유화학 공급과잉 흐름이 거세지만 LG화학이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있어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바라보고 있다.
신 부회장은 2023년 진단사업부를 1500억 원에 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PE)에 매각했고, IT소재 사업부의 편광판 및 소재 사업도 1조1천억 원에 중국업체에 팔았다.
또한 올해 6월에는 일본 도레이케미컬에 이어 글로벌 2위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던 해수담수화용 역삼투막 필터를 생산하는 워터솔루션 사업부문을 1조4천억 원에 글랜우드PE에 매각했다.
최근에는 생명과학부문 안에 있던 에스테틱 사업을 VIG파트너스에 2천억 원에 넘기는 결정을 내렸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당분간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전기차 관련 정책과 2차전지 업황의 개선 속도가 LG화학의 미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LG화학이 비주력 사업부 매각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면서 자산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어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차입 부담이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