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증권사들의 유상증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거부감이 줄어드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교보증권의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이 조심스레 흘러 나온다.
교보증권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진입 노력은 익히 알려져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교보증권은 최근 유상증자를 둘러싼 소액주주와의 소송에서 이기며 '정당성'을 확보하기도 했다.
▲ 교보증권의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이 흘러 나오고 있다. |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100%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를 대상으로 9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전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약 3천억 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한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규모 유증을 발표한 것이다.
NH투자증권도 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65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최근 결의했으며 현대차증권도 올해 상반기 2천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마쳤다.
증권업계가 유상증자에 목마른 주된 이유는 당국의 종투사 제도 개편 때문으로 분석된다.
종투사란 일정 규모의 자기자본을 갖춘 증권사에게 당국이 사업 범위를 확대해주는 제도를 뜻한다. 통상적으로 대형 증권사라는 의미로도 통한다.
별도기준 자기자본 3조 원을 확보해 일반 종투사가 되면 기업 신용공여의 폭이 넓어지고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한 프라임브로커리지 업무가 가능해진다. 이후 4조 원 이상이 되면 발행어음 사업, 8조 원 이상이 되면 개인종합계좌(IMA) 사업 인가까지 확대되는 식이다.
당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종투사 제도 운용 개편을 예고해 왔다. 국내증시의 모험자본 조달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종투사들에게 더 큰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 11호 종투사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교보증권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교보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여전히 일반 종투사 기준에 약 9천억 원 모자라다.
교보증권은 2020년대 말까지 종투사 진입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여유롭게 있을 수만은 없다.
신생 우리투자증권이 거대 금융지주의 힘을 등에 업고 종투사에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당국은 종투사 혜택 확대와 동시에 인가 기준을 까다롭게 했다. 가령 자기자본 규모를 최소 2년 연속 충족해야 하는 등의 식이다. 거기에 대주주 요건 문턱까지 높였다.
증권업계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격차가 태생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국이 제도까지 개편하는 상황에서 종투사 진입이 더욱 절실해지는 상황이다.
교보증권 입장에서는 가능한 일찍이 종투사에 진입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다만 최근 증권사들의 유상증자에 대해 투자자들의 분위기가 변화하는 점은 긍정적이다.
본래는 주주가치 희석으로 인해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현재는 종투사 진입 혹은 승급이라는 명분이 마련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심도 사그라들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현대차증권의 사례에서도 유상증자 결의 이후 크게 내린 주가가 오히려 빠르게 회복된 바 있다”며 “유상증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감정이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현재 상황에서 교보증권이 유증 카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이석기 교보증권 각자 대표이사 사장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측근으로 전해진다. |
최근 교보증권이 법원으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은 점도 유상증자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교보증권은 모회사인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2020년 6월과 2023년 8월에 각각 2천억 원, 2500억 원어치 유증을 거치면서 자기자본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이익 침해를 사유로 신주발행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21일 법원은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교보증권은 종투사 인가 추진 등 회사의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경영상 판단이라는 입장을 줄곧 고수해 왔는데 법원이 이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석기 교보증권 각자 대표이사 사장의 향후 선택에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이다.
다만 교보증권 관계자는 “현재 증권이나 생명 어느 쪽에서도 그와 같은 논의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선을 그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