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호 무학 회장(왼쪽)은 2024년 무학의 배당을 대폭 늘렸다. 기업가치 제고와 함께 아들인 최낙준 사장(오른쪽)의 승계 자금을 마련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씨저널> |
[비즈니스포스트] 경남지역 소주 업체 무학은 2024년 분기별로 주당 130원씩 총 52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총 배당액은 138억 원, 시가배당률은 8.23%에 달했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의 배당에 견줘 크게 늘어난 것이다. 무학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해마다 주당 230원, 총 61억 원의 배당액을 지급했다.
아울러 종전까지 연 1회 결산배당을 지급하던 것을 분기배당으로 변경해 지급 횟수를 늘렸다.
다만 2025년에는 반기배당으로 지급 방식을 다시 변경했다. 일단 2025년 6월 말 기준으로 주당 260원씩 총 69억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는데, 만약 연말에도 같은 금액의 배당을 실시한다면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총 138억 원을 배당하게 된다.
◆ 무학의 배당 확대 목적, 밸류업과 승계자금 마련 ‘일석이조’
무학이 지난해 배당을 2배 이상으로 늘린 것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2026년 상장페지 기준 강화를 앞두고 회사 가치를 제고(밸류업)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2025년 1월 ‘기업공개(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상장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은 현행 50억 원에서 2026년 200억 원, 2027년 300억 원, 2028년 500억 원으로 높아진다. 코스닥은 현행 40억 원에서 2026년 150억 원, 2027년 200억 원, 2028년 300억 원으로 강화된다.
무학은 2024년 시가총액이 주로 1천억 원대에 머물면서 기업가치 제고의 필요성이 있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무학의 배당 확대를 두고
최재호 무학 대표이사 회장(1961년생)의 아들인 최낙준 무학 대표이사 총괄사장(1988년생)의 승계자금 마련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재호 회장은 최낙준 사장의 승계 작업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최 회장은 2023년 7월 자신의 무학 보통주 1418만8642주 가운데 427만5천 주를 최 사장에게 증여했다. 이 증여로 최 회장의 무학 지분은 기존 49.78%에서 34.78%로 감소한 반면, 최 사장의 지분은 0.04%에서 15.04%로 증가했다.
또한 무학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61.44%에 달해 높은 편이다. 무학의 배당이 늘어날수록 최 회장 가족과 무학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들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무학의 특수관계인에는 최 회장 가족 외에도 공익재단인 좋은데이나눔재단(2.47%)과 계열사인 지리산산청샘물(2.99%), 화이트플러스(2.35%), 엔팩(1.40%), 토카이인베스트먼트(1.02%), 엠에치퓨처스(0.40%)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토카이인베스트먼트는 최 사장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이면서, 광고회사인 화이트플러스, 주류 포장업체인 엔팩의 최대주주다. 아울러 이들 계열사들이 가진 무학 지분으로 인해 순환출자구조가 형성돼 있다.
무학이 배당을 늘리면 최 사장의 무학에 대한 지배력이 확대되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다만 무학은 대기업집단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제를 받는 것은 아니다.
◆ 최재호와 최낙준은 누구?
최재호 회장은 최위승 무학 창업주의 차남이다. 경상고등학교와 경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동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창원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대웅제약에서 일하다가 1985년 무학에 입사해 1994년 무학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2005년 부회장, 2008년 회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2023년에는 창원상공회의소 회장에 선출됐다.
1995년 23도 소주 ‘화이트’, 2006년 16.9도 소주 ‘좋은데이’를 출시하면서 업계에서 저도 소주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평가된다.
또한 소주에 회사 이름이 아닌 브랜드를 붙이고 병따개 대신 돌려 따는 뚜껑을 도입하는 등, 소주업계에서 파격적인 변화를 주도했다. 이를 통해 무학을 대기업인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에 이은 업계 3위 기업(점유율 약 8%)으로 도약시켰다.
최낙준 사장은 미국 유학 후 경남은행을 거쳐 2015년 무학에 입사했다. 무학 마케팅 사업본부장(상무), 경영지원부문 사장을 거쳐 2021년 무학 총괄사장에 올랐다. 2022년 1월 아버지와 함께 각자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