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가진 정상회담 자리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에서 조선업과 북한 문제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한국산 제품에 15% 상호관세는 그대로 유지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앞으로는 한국에서 선박을 구매할 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 미국 인력을 활용해 한국 기업과 함께 선박을 건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가 이날 보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활발히 선박 건조에 나설 것이며 이를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선박 건조뿐만 아니라 제조업에서도 르네상스가 일어나고 있으며 대한민국이 그 과정에 동참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앞서 양국 정부는 7월31일 체결한 관세 협상에서 1500억 달러(약 200조 원) 규모의 조선업 협업 펀드를 마련하겠다고 합의했다.
트럼프의 정치 구호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착안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로 이름 붙인 프로젝트인데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를 재차 언급한 셈이다.
미국 윌리엄앤메리 주립대학 아시아정책연구소의 조은아 소장은 NBC뉴스를 통해 “선박 건조 사업은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전략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협상에서 못박은 15% 상호관세는 예정대로 적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고수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가 짚었다.
이날 양국 정상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낮 12시42분부터 오후 1시36분까지 공개 회담을 진행했다.
이어 내각회의를 하는 캐비넷룸에서 비공개 확대 회담을 가진 뒤 오후 3시1분까지 업무 오찬을 이어갔다. 정상회담은 모두 2시간20분 동안 진행됐다. 애초 예정된 2시간 보다 20분 길어졌다.
특히 양 정상은 이날 북핵 문제를 두고도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31일 경북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참석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
이재명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 만남을 주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이재명 한국 대통령(가운데)이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워싱턴D.C. 월라드 호텔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이 대통령,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또 한 번의 회담을 하고 싶다”며 대화 재개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 메이커'가 된다면 저는 '페이스 메이커'가 되겠다”며 “한반도 평화의 새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며 화답했다.
한편 회담 시작에 앞서 '정치적 긴장'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공식 계정에 “한국에서 마치 숙청이나 혁명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한국의 정세를 비판했다.
그러나 회담에서 그는 이 대통령의 설명을 들은 뒤 “오해였다. 곧 잘 해결될 것”이라고 화답해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사태와 특별검사 수사 과정을 설명하며 “미군을 직접 수사한 것이 아니라 그 부대 안에 있는 한국군의 통제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은 방위비 분담과 안보 역할 분담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스스로 방위 책임을 더 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규모를 줄여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바이든 전 대통령 때문에 미국이 수십억 달러의 방위비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부지와 관련한 언급도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대규모 군사 기지를 보유한 그 땅에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NBC뉴스는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강력히 지지하지만 주요 교역국인 중국과 관계에서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한국이 중국에 어떤 입장을 보일지가 앞으로 질문으로 남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