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안 통과에 하청비율 '63%' 조선업계 '비상', '마스가' 프로젝트 악영향 우려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5-08-25 16: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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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노동조합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6개월 뒤 전면 시행된다.
통과된 개정 법률의 주요 내용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 제한 △노조의 쟁의 대상에 ‘경영진의 주요 의사결정’ 포함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원청과의 단체교섭권 인정 등이다.
▲ '노란봉투법' 통과로 하청 근로자 비중이 전체의 63%에 달하는 조선 업계가 법 시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한미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상징하는 모자. <신영증권>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국내 산업계가 큰 혼란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특히 하청 근로자 비율이 63%에 달하는 조선 업계가 법 시행에 따라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한-미 조선협력을 위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조선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노란봉투법 통과를 두고 하청 노동자 고용비율이 높은 조선 업계는 상당한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조선 업계는 향후 수천 곳에 이르는 하청기업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대응하느라 상당 시간을 투입해야 하고, 일부 공정을 맡은 하청에서 파업을 벌인다면 전체 생산공정이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조선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많은 협력사와 함께 하는 조선 산업 특성 상 생산차질 우려가 있다"며 "노란봉투법은 노사관계에 예기치 못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만큼, 기업 현장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고려한 신중한 법률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는 지난달 30일 ‘노조법 개정 중지 촉구 업종별 공동성명에서’ "조선업은 중국과 굉장히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우리 조선업이 (중국보다) 신뢰받는 이유는 기술력과 생산안정성인데, 만약 단체교섭이 증가해 생산차질을 빚는다면 안정성과 신뢰도가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미 조선협력 이른바 ‘마스가’(MASGA)’ 프로젝트로 국내 조선사의 수혜가 예상되는 가운데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경영진 주요 의사결정’이 쟁의대상에 포함되면서 미국 현지 투자와 인력 파견 등에 따른 노조의 쟁의가 프로젝트 진행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 양국은 1500억 달러(약 210조 원)의 조선산업협력 펀드를 조성해 선박 건조, 유지·보수·정비(MRO), 조선 기자재 등 조선산업 생태계 조성에 협력키로 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 7월 “원청 단체교섭의무 관련 분쟁, 부당노동행위 리스크를 비롯해 하청기업 노조의 쟁의에 따른 생산 차질, 교섭창구 단일화를 둘러싼 사내 혼란, 파견법 상 사용자성 인정 사례 증가 등 위험을 야기할 것”이라며 “회사 이전이나 투자 결정, 구조조정 등 기존에는 고도의 경영판단으로 여겨졌던 것에도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주요 우려 사항”이라고 분석했다.
노동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이 국내 산업계의 불합리한 원청-하청 구조를 타파하고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일부개정법률안 표결 결과가 전광판에 나타나 있다. <연합뉴스>
국내 조선사들은 ‘인건비 효율화’와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명목으로 하청 비율을 크게 늘려왔다.
고용노동부의 '2024년 고용형태 공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조선산업의 하청 근로자(소속 외 근로자) 비율은 63.9%로 국내 전 산업 평균인 17.7%를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하청 기업 노동자들은 원청 소속(직영) 노동자와 비교해 그동안 ‘고용 불안정’, ‘낮은 임금 수준’, ‘복지 혜택 차별’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들은 이같은 비합리적 구조가 지속될수록 조선업에 인력 유입이 끊어져, 현재 고연령의 숙련공 은퇴 후 한국 조선업 기술력이 단절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조선업체 원-하청 구조 문제 해결을 위해 2023년 2월 정부 주도로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약’이 체결됐다.
협약 1주년 중간 평가에서 정부는 △임금 체불 방지를 위한 '에스크로' 도입 △하청 근로자 임금 7.5% 상승 △공동근로복지기금 출연 10억 원→20억 원 확대 △원·하청 종사자 1만5000명 증가 △신속한 외국인력 도입 확대 등의 성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 하청 노동자들은 체감 효과가 적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원-하청 사용자성 인정 범위, 쟁의 행위 대상 판단의 범위 등과 관련한 세부 사항이 시행령으로 정해질 때 쯤, 노란봉투법이 조선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한화오션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22년 6월 하청지회 파업으로 470억 원 규모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하청지회 소속 노동자 5명와 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나, 현재 이를 취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