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은 2012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뽑은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 150인'에 선정됐다. <연합뉴스> |
[씨저널] "바람개비는 맞바람이 불지 않으면 돌지 않듯이, 어떤 역경과 고난이 닥쳐도 정면으로 도전하고 극복해야 한다."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은 93세의 나이로 여전히 현역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는데 후배들과 학생들에게 항상 이렇게 강조한다.
'바람개비 리더십'은 급상승 하는 가천대학교의 대외평가로 입증되고 있다.
◆ '학생이 왕' 이길여 교육철학, 가천대학교 대외평가 상승으로 이어져
이길여 총장은 1998년 경원대학교를 인수하면서 교육분야에 첫발을 내딛었다.
경원대학교 인수 뒤 제일 먼저 낡은 책걸상을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가시가 손에 박힐 정도로 낡은 책상을 발견하자 즉시 여러 제품을 구해 학생들이 직접 선택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학생이 스스로 왕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려면 의자와 책상부터 좋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그의 철학이 구현된 순간이었다.
이런 교육철학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여러 실천으로 이어졌다.
학생 중심의 교육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캠퍼스 안에 소형 전기버스 '무당이'를 도입해 오르막길을 다니는 학생들을 배려했으며, 2010년에는 지하철과 캠퍼스를 연결한 비전타워를 준공하는 등 학생 편의를 중심으로 하는 운영정책을 지속 추진했다.
교육과정에서도 가천대학교는 전공 자율선택제, 창업활동 프로젝트 학기제 등 혁신적 교육제도를 도입해 학생들의 진로 설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는 대외 대학평가에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가천대학교는 2024년 25위로 2007년 중앙일보 평가 참여 이후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또한 같은 매체가 조사한 결과에서 고교 진학담당 교사가 뽑은 발전가능성이 높은 대학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가천대학교는 국제적 대학평가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였다.
가천대학교는 2024년 영국 타임스 하이어 에듀케이션(THE) 세계 대학평가에서 처음으로 참여해 국내 19위 세계 601~800위를 기록했다.
영국 타임스 하이어 에듀케이션 평가는 QS, ARWU와 함께 세게 3대 대학평가로 인정받는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 90세를 넘긴 현역 총장 이길여는 누구?
이길여 총장은 1932년 전라북도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굶주리고 병든 사람을 목격한 그는 의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이길여 총장은 서울대학교 총동창신문과 인터뷰에서 "중학교 6학년(현재의 고등학교 3학년 의미) 때 6·25전쟁을 겪었다"며 "그 당시 동네에서 전염병으로 사람이 죽어나가고 전쟁으로 남자 친구들이 죽어서 돌아오는 것을 보면서 너무 미안해서 이 빚을 갚기 위해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지니게 됐다"고 말했다.
1958년 인천에서 산부인과를 개원한 뒤 1964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의사시험에 합격했으나 조국의 환자들을 위해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켜 1968년 귀국했다. 1978년 전 재산을 출연해 길병원을 설립했다.
1998년 경원대학교를 인수하면서 교육자의 길로 들어선 뒤 2012년 4개 대학교를 통합해 가천대학교를 출범했다.
위기에 처한 대학을 인수해 20여년 만에 국내 상위권 대학으로 탈바꿈한
이길여 총장의 리더십은 흔치 않은 교육혁신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총장은 "2027년까지 가천대학교를 국내 톱10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포부 아래 여전히 전진하고 있다. 그의 바람개비 교육 리더십이 앞으로도 계속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