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은 국내에서 원전 시공사를 선정할 때 1순위로 고려되는 기업이다. 사진은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오른쪽)가 미국 건설사 와이팅-터너 팀 리건 대표와 원전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현대건설> |
[비즈니스포스트] “우리와 한번 일해 본 발주처는 우리를 다시 찾게 돼 있다. 현대건설의 기술 경쟁력, 원가 경쟁력, 공정 경쟁력에 대해선 전 세계에 소문이 나 있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3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대건설의 원전 경쟁력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치며 한 말이다.
현대건설은 국내에서 원전 시공사를 선정할 때 1순위로 고려되는 기업이다. 전국에 세워진 원전 32기 가운데 20기를 건설한 기업이기도 하다.
◆ 현대건설의 원전 경쟁력① 경험
현대건설이 원전 시공 분야에서 보여주고 있는 강력한 경쟁력의 근원은 바로 ‘경험’이다.
현대건설은 1971년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 건설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54년간 원전 시공 경험을 계속 쌓아왔다. 이는 시공 기회가 적어 원천 기술을 활용할 경험을 축적하지 못한 경쟁사들, 특히 미국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지난해 말 현대건설이 약 10조 원 규모의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의 EPC(설계·조달·시공)를 수주한 성과를 낸 과정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업체가 아닌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꾸린 것도 현대건설의 시공 경험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 시공에서 기술적으로는 용접이 중요하고 공사관리 능력도 중요하다”며 “지난 50년간 원전 시공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검증된 경험을 보유한 일부 EPC 기업만이 주요 원전 기술사들과의 협업 자격을 갖출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며 “현대건설은 경쟁이 제한된 구조에서 선점 효과가 가장 큰 기업 가운데 하나”라고 짚었다.
◆ 현대건설의 원전 경쟁력② 가격
이한우 대표이사가 강조하는 현대건설의 또 다른 경쟁력은 ‘가격’이다.
이 대표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해외 원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국가 중에서 우리만 유일하게 On Time On Budget(기한과 예산 약속을 지키며)으로 준공을 했다”며 “이 경쟁력을 해외에서 훨씬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공 주관사를 맡을 정도의 실력이면 결국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은 가격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박석빈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책임연구원은 “주관사들은 기술력 등 실력과 경험 면에서 비슷하다”며 “결국 원전 시공사를 결정짓는 것은 가격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원전 시공사는 한 가지 요소가 아닌 종합적 평가로 결정된다”며 “기술적 혁신을 내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전이 아닌 다른 곳에서 쌓인 실적을 이용해 원가 절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이면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 이재명 정부 ‘에너지 믹스’와 어떤 시너지 낼까
원전 정책은 정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정책 가운데 하나다.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진 ‘친원전’ 기조는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으로 바뀌었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친원전’으로 돌아왔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 전부터 원전 실용주의적 태도를 내비쳐왔다.
대선 공약집에서 원전 관련 구체적 언급을 피하는 대신 대선 TV토론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모두 함께 추진하는 ‘에너지 믹스’ 정책을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장관 인사에서도 원전에 대한 방향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7일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산업 측면에서 중요성이 높은 원전도 안전성과 수용성을 바탕으로 착실히 추진하겠다”며 현 정부의 원전 방향성을 암시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도 15일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전력시장 구조상으로는 원전이 기저 전력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정책이 원전과 양립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7월30일 한·미 관세협상을 타결하며 한국 정부가 조성하기로 한 2000억 달러 규모의 ‘전략산업 투자펀드’에 원전 산업이 포함되면서 미국 원전 시장에 한국 기업이 진출할 가능성도 커졌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