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각)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열린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기후변화와 극한 기상 현상 사이에는 관계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최근 에너지부에서 발간한 기후변화 부정론 보고서를 옹호하는 발언을 내놨다고 7일(현지시각) 블룸버그가 전했다.
라이트 장관은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기후변화가 기상 현상을 더 위험하고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는 뉴스는 말이 안된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미 에너지부는 과학자 5명에 의뢰해 작성한 보고서를 자체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맞으나 기후과학계가 그 영향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에서 극한 기상 현상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올라가고 있지 않으며 기후변화와 연관성도 없다고 부정했다.
이에 노아 디펜바우 미국 스탠포드 대학 지구시스템 과학 교수는 블룸버그를 통해 "지구온난화로 인해 여러 유형의 극한 기상 현상이 심화됐다는 것을 입증하는 많은 과학 연구는 진행되고 있고 이미 많이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해당 보고서와 관련해 여러 반박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에 발생한 텍사스 홍수 참사와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보고서도 있었다.
텍사스 홍수 참사는 지난달 4일 텍사스주 과달루페강 일대에서 짧은 시간 안에 쏟아진 극한 폭우에 강물이 급격히 불어나 100명이 넘게 사망한 사건이다.
비영리연구단체 클리마미터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각) 보고서를 발간해 기후변화 영향이 없었다면 이 정도로 좁은 지역에 많은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놨다.
기후변화 연구와 관련해 가장 권위가 높은 국제기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참여한 과학자들도 라이트 장관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IPCC 제6차 보고서 공동저자인 소니아 세네비라트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대기기후과학연구소 소장은 블룸버그를 통해 "최근 발생한 극한 기상 현상들은 산업화 이전 시대의 기후 발생 패턴에서 매우 벗어나 있어 기후변화 영향을 받은 것이 확실하다"며 "최근 발생한 많은 기상 현상들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로 발생 확률이 증가했음을 분명히 추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부 대변인은 블룸버그를 통해 "IPCC 보고서에 요약된 내용을 통해 널리 알려진 것보다 실제 과학은 훨씬 더 복잡하게 작용한다"고 반박했다.
벤 클라크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환경정책센터 연구원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에너지부의 새로운 보고서는 여러 가지 결함이 있는 불투명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그들은 엄선된 기상 관측소 데이터를 사용하고 이산화탄소 농도나 온난화에 따른 강수량 변화를 측정하는 대신 시간에 따른 총 강수량 변화를 측정하는 등 문제가 있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