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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8월] '진짜 성장'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애매한 '실용주의'

김승용 기자 srkim@businesspost.co.kr 2025-08-0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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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8월] '진짜 성장'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애매한 '실용주의'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경제6단체와 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기자단>
[비즈니스포스트] 1636년(인조 14년) 12월 병자호란. 당시 대의명분을 앞세운 예조판서 김상헌은 청나라에 고개를 숙여 화친할 수 없다며 완강하게 버텼다. 이에 비해 실사구시를 내세운 이조판서 최명길은 대의명분도 중요하지만, 당장 청의 공격에 나라가 위태로우니 우선은 나라를 구하고 후일을 도모하자는 실용주의를 설파했다.

누가 옳은가는 역사와 그 속에 사는 이 땅의 사람들이 평가할 일이다. 죽음을 무릎서고 대의명분을 지키는 절개가 가히 아름답긴 하나, 현실을 중히 여기고 백성의 삶을 더 중시한 최명길의 선택을 비판할 수 없다. 명분과 실리, 이념과 실용 사이의 선택은 언제나 격한 갈등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김상헌과 최명길의 명분과 실리 싸움이 떠오른 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 때문이다. 

지난 6.3 대선에서 ‘진보’라는 이념과 정치진영을 등에 업고 출마한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큰 표 차이로 당선된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내란 혐의가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가 과거 민주당 진보 진영 대통령 후보들과 달랐던 점은 과감하게 실용주의 노선을 가겠다고 천명한 것이었다. 

이념적, 정치적 기조에 따른 반 기업적, 반 시장경제적 법제도 시행이 아니라 기업이 우리 경제 성장의 핵심이라는 공약, 이 실용주의적 정치 성향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입니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습니다.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습니다.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습니다.”

지난 6월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이 대통령 취임 선서 내용이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진짜 성장’이다. 

현재의 우리 경제 위기는 반짝 성장, 소수의 성장, 모방 성장 등 ‘가짜 성장’에 집착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이 대통령은 주장한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성장, 체감할 수 있는 성장, 초격차 첨단기술이 주도하는 성장으로 경제 대도약, 진짜 성장 시대를 만들겠다는 게 이 대통령 경제 정책의 핵심 기조다.

이재명 정부는 진짜 성장의 중심에 기업이 있다고 공언한다. 그러면서 기업이 진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경영 부담을 최대한 완화하고, 전력 지원하겠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3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지금 대한민국이 흥망의 갈림길에 서 있지 않나 생각할 때가 있다. 계속 플러스 성장 발전의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아예 퇴행의 길을 갈 것인지 분기점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현재 우리 경제 현실을 정확히 짚은 것이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최근 한 포럼에서 "한국 경제의 장기성장률이 지난 30년간 5년에 1%포인트(p)씩 하락하면서 0%대에 접어들었다"며 "제로성장 시대에는 연간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역성장이 2년에 한 번꼴로 나올 수 있고, 성장률이 10%씩 후퇴하는 '매머드급 위기'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했다.

아이들 울음 소리가 사라지고,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우리는 지금 지속성장 가능성을 찾기 힘든 지경이다. 

전후 70년 간 한국 경제의 고속성장을 이끌어왔던 석유화학, 철강,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들이 중국을 위시한 경쟁국에 밀리며 하나 둘씩 고꾸라지고 있다. 그렇다고 미래 산업이라고 일컫는 인공지능(AI), 로봇, 양자컴, 우주항공, 차세대통신, 바이오 등의 기술력에서 우리나라는 중국, 미국에 비해 10분의 1도 못 쫓아가고 있다.

산업이 성장 정체를 넘어 죽어가고 있다. 트럼프 관세로 대변되는 세계 보호무역주의가 갈수록 기세등등해지는 가운데 중국 산업의 부상, 각국의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진다. 

이런 의미에서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AI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 ▲글로벌 첨단기업 육성 ▲중소·벤처기업을 경제의 핵심 성장기반으로 육성 등 ‘진짜 성장’을 위한 경제정책은 방향을 잘 잡은 것으로 보인다. 미래 첨단 성장산업을 발굴하지 못하면 더 이상의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데스크리포트 8월] '진짜 성장'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애매한 '실용주의'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3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 성장산업의 중심에도, 지속가능한 진짜 성장의 중심에도 역시 기업이 있다. 이재명 정부는 최근 '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기업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향'을 논의하면서, 배임죄를 비롯한 최고경영자(CEO) 형사처벌 리스크 완화 등 경제형벌 규제를 대폭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정부와 여당이 들고 나온 2차 상법 개정, 노란봉투법(노조법 2조와 3조) 개정, 법인세 25%로 인상, 중대재해처벌법 대폭 강화 등을 지켜본 기업들은 이 정부가 진짜 기업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으로 쏠린 투자자금을 주식 시장으로 옮겨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고, 기업과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도 금방 빛바랬다.

기업 주식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과세율 인하폭도 기대보다 낮았고, 분리과세 대상이 되는 기업 수도 전체 4000여 상장사 가운데 300여 곳으로 한정됐다. 또 대주주 주식양도세 기준을 종전 한 종목 당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윤석열 정부 이전으로 되돌리겠다고 했다. 이같은 기준 강화는 국민 투자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고, 결국 주식 시장은 상승세를 멈췄다.  
 
상법 개정, 노란봉투법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등이 ‘글로벌 스탠다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어느 정도 기업들이 감수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에 일견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상법 개정으로 인해 투기자본의 국내 기업 경영권 공격이 있을 수 있고, 노란봉투법 개정으로 수천개에 달하는 하청기업과 본청 기업이 1년 내내 노사 협상 테이블에 앉는 비효율성이 발생할 수 있다. 

대의명분에 따라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결코 의미 없는 일은 아니지만, 현실적 실용성에 어긋나는 점은 없는지, 성장 주체인 기업 활동을 오히려 옥죄는 것은 아닌지 정부가 꼼꼼이 살펴야 한다.

진짜 성장, 실용주의를 내세운 정부의 아쉬운 엇박자 정책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진짜 성장’ 한다며 대의명분과 규제를 먼저 앞세우는 것은 아닌지, 애매한 ‘실용주의’를 들이미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진짜 성장을 위해선 더욱 과감한 실용주의 정책과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 기업들의 국내 투자 갈수록 줄고, 인공지능(AI)와 자동화로 일자리도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새로운 첨단 신산업 육성과 기업 투자 유도를 위한 과감한 세제와 지원책이 필요하고,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진짜 실용주의, 시장주의 정부로 가겠다면 기존 기득권과 완전한 결별을 각오하고 규제와의 전쟁에 나서야 한다. 과거 정부 모두 초기엔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했지만, 규제 개혁 수준은 미미했고, 규제는 더 강화됐으면 강화됐지 전혀 줄지 않았다. 

이번 정부는 대한민국이 성장과 침체의 갈림길에 선 지금, 과거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고 규제개혁으로 우리 기업의 진짜 성장을 이뤄주길 바란다. 김승용 산업&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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