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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폭우에 '허리 물살' 뚫는 배달기사, 현장에서 드러난 플랫폼 업계 현실

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 2025-08-06 15: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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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지난달 17일 광주에 하루 만에 426.4㎜의 폭우가 쏟아진 날, 허리까지 찬 물살을 헤치며 배달을 나선 라이더의 영상이 퍼지며 시선을 모았다. 일부에선 투철한 직업정신이라고 평가했지만, 동시에 “이게 정상인가”라는 회의적 반응도 뒤따르고 있다.

‘목숨 건 배달’이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플랫폼 기반 배달산업의 ‘성장 이면’에는 구조적 처우 악화와 위험 전가, 그리고 플랫폼 독식 구조가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배달앱 시장은 수년 전과 비교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배달기사와 점주들의 처우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이 키운 건 시장 규모일뿐 일하는 사람들의 권익은 여전히 제자리라는 지적이다.

가장 먼저 지목되는 부분은 저임금과 높은 수수료 구조다. 

서울시가 2024년 프랜차이즈 가맹점 186곳의 매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 기준 배달 매출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4%에 이른다. 배달앱 상위 노출을 위한 경쟁이 격화되면서 수수료는 1년 만에 약 7%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수수료가 늘었음에도 정작 점주들과 배달기사에게 돌아가는 몫은 갈수록 줄고 있다. 대형 플랫폼에 수수료가 집중되는 구조 속에서, 상당 부분이 플랫폼 적립금이나 마케팅 비용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건당 3천 원이던 기본 배달료는 현재 수도권 기준 2500원, 지방은 2200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계산상 수도권에서는 2시간 동안 9건을 배달해야 최저시급에 도달할 수 있다. 여기에 배차 간격과 대기 시간, 식당 준비 시간, 거리, 날씨 등을 변수로 넣으면 이를 꾸준히 달성하기란 쉽지 않다.

배달 건수에 대한 압박도 만만치 않다. 라이더는 고정급이 아닌 건당 수수료로 보수가 책정된다. 더 많이, 더 오래 달려야 수익이 나는 구조이다. 

배차 우선순위, 주문 평가 시스템, 콜 거절 패널티 등 복잡한 플랫폼 규칙도 변수다. 일부 라이더에 따르면 배차를 거절할 경우 경고 메시지가 뜨고, 이후 일정 시간 동안 배정이 끊기는 일이 발생한다. 콜을 거절하기 어렵게 만드는 시스템 속에서 장시간 운행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구조는 자연스럽게 사고 위험으로 이어진다. 최근 1년 새 배달기사의 약 80%가 ‘사고 경험이 있다’고 답했을 만큼 안전사고는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비, 눈, 폭염, 폭설 등 악천후에도 배달은 멈추지 않고, 긴 노동시간은 사고 확률을 더욱 높이고 있다.

여기에 감정노동 스트레스까지 더해지고 있다. 배달기사들은 대행업체, 고객 등 다양한 관계자로부터 폭언이나 부당한 요구에 자주 노출된다. 법적·고용적 지위가 불분명한 탓에 명확히 보호받지 못하는 처지인 셈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들을 ‘을 중의 을’이라고 부른다. 특히 배달 평점제는 노동 강도뿐만 아니라 감정노동 부담까지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평점을 의식한 라이더들이 무리하게 신호를 위반하거나 과속하게 되는 구조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배달기사는 “궂은 날씨나 짧은 배차 간격 등으로 배달료에 비해 근무 환경이 열악한 상황인 경우가 많다”며 “배달을 취소하면 패널티가 부과될 수 있고 정해진 시간 안에 완료하지 못할 경우 압박이 따르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점주들의 상황 역시 점점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기록적 폭우에 '허리 물살' 뚫는 배달기사, 현장에서 드러난 플랫폼 업계 현실
▲ 7월10일 서울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배달노동자 7.16 총파업 선언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배달플랫폼 노조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플랫폼 수수료, 광고비, 배달료 인상 등 모든 비용은 음식점 점주에게 맨 먼저 전가된다. 매출의 20% 이상이 수수료로 빠져나가고, 남은 돈에서 각종 비용을 제하면 실제 손에 쥐는 이익은 점점 줄어든다. 배달과 오프라인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마케팅, 광고, 배달료 부담까지 떠안은 점주들 역시 ‘플랫폼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플랫폼 기반 배달 산업이 ‘플랫폼 독식’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배달기사와 점주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도, 정작 수수료의 상당 부분은 플랫폼 기업이 가져간다는 지적이다.

이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원들은 지난 7월 ‘배달노동자 7.16 총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배달노조는 “플랫폼 기업들이 라이더를 개별사업자로 규정해 임금을 줄이고, 말을 듣지 않으면 배차 차별이라는 방식으로 통제한다”며 “정부는 이제 사용자 책임을 분명히 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상운송보험 전면 의무화 및 정부 지원 즉시 시행 △최저임금 및 안전 배달료 보장 △배달 플랫폼 기업의 약관 횡포 규제 △배달노동자의 ‘노동자’ 법적 지위 인정 등을 촉구하며, 배달 현장의 불합리한 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한 업계 종사자는 “비바람을 뚫고 달리는 라이더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수수료와 광고비로 내는 점주들의 몫은 점점 줄고 있다”며 “플랫폼이 키운 건 시장이 아니라 결국 자기 배”라고 언급했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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