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특별사면의 대가로 경제 살리기 등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박영수 특검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SK그룹이 미르와 K스포츠에 100억 원이 넘는 돈을 출연한 데에는 최 회장의 사면복권을 놓고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을 둘러싼 특검의 수사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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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11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최 회장이 정부의 특별사면 공식발표 사흘 전에 교도소에서 ‘사면을 해줄 테니 경제 살리기 등에 나서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요구를 전달받고 이를 수용한 사실이 담긴 녹음파일을 박영수 특검이 입수했다.
김영태 당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2015년 8월10일 서울 영등포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최 회장을 찾아가 “박 대통령이 사면을 하기로 하며 경제 살리기 등을 명시적으로 요구했다”며 “(이는) 사면으로 출소하면 회장님이 해야 할 숙제”라는 이야기를 했다.
특검은 최 회장과 김 위원장의 대화 내용이 녹음된 파일을 확보했다.
이 녹음파일은 SK그룹이 최 회장이 특별사면을 기대하고 미르와 K스포츠에 돈을 냈다는 그동안의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 회장은 그 뒤 대기업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광복절 특사명단에 포함돼 2015년 8월14일 출소했다.
특검은 SK그룹이 최 회장을 특사로 풀어준 데 대한 보답으로 미르와 K스포츠에 거액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SK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에 모두 111억 원을 낸 데 이어 K스포츠로부터 거액의 돈을 추가로 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특검은 또 최 회장이 풀려나기 일주일 전인 8월8일경 ‘사면을 검토하고 특사의 정당성을 확보해줄 자료를 SK 쪽에서 받아 검토하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2014년 9월부터 2015년 8월 중순까지 김창근 당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이만우 SK그룹 PR팀장,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등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에서 최 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고맙다’는 인사가 오간 내용도 확인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최근 삼성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수사가 마무리되면 SK그룹 등 다른 대기업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는데 이런 방침도 이번 녹음파일 입수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SK 측은 “당시는 이미 최태원 회장이 사면복권 대상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시점이었고 광복절 특사가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추진돼 최 회장과 SK그룹이 경제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며 "당시는 미르와 K스포츠 지원은 언급도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