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HBM마저 한국 턱밑 추격, 내년 5세대 HBM3E 양산 계획해 '기술격차 불과 2년'
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5-08-01 15: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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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D램에 이어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기술 추격을 본격화하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CXMT는 올해 4세대 HBM3 양산에 이어 내년엔 5세대 HBM3E까지 대량 생산하며 한국과 기술 격차를 2년 내로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력에서도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창신메모리(CXMT)는 이미 올 상반기 4세대 HBM3 개발을 끝내고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했으며, 올 하반기 대량 생산을 앞두고 있다. 특히 5세대 HBM3E는 당초 2027년 양산 계획을 1년 앞당겨 내년 양산키로 했다.
세계 HBM 시장에서 가장 앞서가는 SK하이닉스가 2024년 3월, 삼성전자가 2024년 하반기에 5세대 HBM3E의 양산에 들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과 한국의 HBM 기술 격차는 불과 2년으로 좁혀진 셈이다.
3년 전인 2022년만 해도 중국은 HBM을 전혀 생산하지 못했지만, 3년 만에 HBM3 양산에 들어갈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이미 D램에선 한국 반도체 기업과 비슷한 수준인 DDR5 D램을 생산할 정도로 기술 격차를 줄인 중국이 향후 2~3년 내 HBM마저도 한국과 같은 기술 수준으로 올라올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1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CXMT(창신메모리)가 HBM 분야에서 빠르게 기술력을 높이고 있어 세계 반도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CXMT가 당초 2027년 5세대 HBM3E 시장 진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CXMT는 HBM3E 대량생산 일정을 2026년으로 앞당겼다”고 말했다.
이는 성공적인 HBM3 개발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CXMT는 이미 4세대 HBM3 개발을 완료하고 지난 6월 샘플을 고객사에 배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CXMT는 올해 4분기부터 HBM3 대량 생산에 들어가 2026년 초부터 본격적 제품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매체 존저세계(存储世界)는 “CXMT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는 HBM3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미 HBM3 샘플을 여러 중국 AI 기업과 테스트를 마쳤고, 선도 AI 기업과도 파일럿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CXMT가 성공적으로 HBM3 공급을 시작하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HBM3를 공급하는 업체로 등극하게 된다.
이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개발 시점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2016년 중국 정부 지원으로 처음 설립된 CXMT는 2024년 본격적으로 2세대 HBM2와 3세대 HBM2E 개발에 나섰다. CXMT는 2024년 하반기 HBM2 양산을 시작했고, 2025년 초 HBM2E의 대량 양산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가 2020년 3세대 HBM2E 대량 생산에 돌입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과 중국의 HBM 기술 격차는 약 5년이었다. 하지만 CXMT가 올해 말 4세대 HBM3, 내년 5세대 HBM3E 양산에 성공한다면 기술 격차는 2년으로 줄어들게 된다.
업계에선 이같은 CXMT의 개발 속도라면 향후 2~3년 내 한국 HBM 기술 수준까지 쫓아올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CXMT가 이처럼 빠르게 HBM 기술력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전폭적인 중국 정부 지원과 함께 수율(완성품 비율)과 전력효율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개발 환경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CXMT의 HBM 수율(완성품 비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율이 떨어지면 완성품으로 제조되는 HBM 비중이 낮아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중국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CXMT는 수익성을 무시하고 생산에 돌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판매하는 DDR5 D램 메모리반도체 이미지. <창신메모리>
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오랜 시간을 투입해 HBM 전력효율을 높이고자 노력하지만, CXMT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전력효율에도 제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XMT의 주요 고객사인 중국 AI 기업들은 전력효율에 크게 구애받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문 분석업체 세미아날라시스 관계자는 “서구 사회에서는 AI 전력이 제한적이란 말이 흔하지만, 중국은 정반대”라며 “중국은 태양광, 수력, 풍력 발전 설비도 세계 최대 규모로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원자력 발전 설비 도입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전력 공급이 넉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술 유출도 CXMT의 HBM 기술 개발을 가속화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5월16일 경찰은 HBM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리려 했던 40대 남성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붙잡았다. 패키징은 HBM 완성품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기술이다.
같은 달 7일에는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정 관련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SK하이닉스 직원이 수원 고법에서 징역 5년과 벌금 3천만 원을 선고 받았다. 그는 2022년 SK하이닉스에서 중국 기업으로 이직, 핵심 반도체 공정 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CXMT의 올해 D램 출하량은 전년 대비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CXMT는 2020년 세계 D램 시장에서 0%대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 6%에서 올 4분기 8%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2027년엔 D램 점유율이 10%대를 기록하며 기존 D램 제조사들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