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올해 안에 대우건설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매각시기를 놓고 업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 매각일정 미뤄야
11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사업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실사를 거쳐 이르면 3월 매각공고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3분기 보고서의 경우 검토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아 연말 회계감사는 예년보다 한달 이상 앞당겨 실시하고 있다. 사업보고서는 보통 3월에 나오지만 대우건설의 경우 이보다 조금 일찍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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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우건설 매각을 일정대로 추진하겠다”며 “올해 안에 매각을 완료하는 게 개인적인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업계에서 대우건설 매각이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나왔으나 산업은행은 예정대로 매각작업을 시작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매각작업을 서두르는 데 대한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공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매각에 나설 경우 유찰될 가능성이 있다”며 “유찰될 경우 당분간 매각을 추진할 동력을 얻기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인수할 후보가 있는지를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직까지 대우건설 인수후보는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과 덩치가 비슷한 대형 건설사는 사업구조가 비슷하고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선뜻 매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SK건설, 호반건설, 부영 등이 인수후보로 오르내리지만 이 건설사들 역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수의사를 밝히더라도 자금마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우건설 주가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점 역시 매각을 미루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근거다.
주가는 2007년 한때 3만 원도 넘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5천 원대에 머물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이 인수한 가격인 1만3천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주가가 크게 반등하지 못할 경우 산업은행은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사업보고서에서 ‘적정의견'을 받아도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우건설 해외사업의 원가율이 100%를 넘어가고 있어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예정대로 매각 추진해야
반면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손해를 보더라도 계획대로 일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산업은행이 예정대로 매각을 추진하는 이유 역시 앞으로도 건설업황이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당초 6년 동안 기업가치를 크게 높인 뒤 대우건설을 매각하려 했으나 대외적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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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
올해 상황 역시 녹록치 않다.
대우건설은 2015년 25억 달러의 해외수주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7억8703만 달러에 그쳤다. 올해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중동에서 발주가 재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이란에서 대림산업을 시작으로 발주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나오지만 예전과 같은 성장세는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주택시장 역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역시 신년사를 통해 “지난 수년 동안 회사의 실적을 견인해 온 주택사업은 단기적으로 공급과잉과 정부의 규제 강화, 장기적으로는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에 현재와 같은 호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지는 만큼 대우건설의 새 주인을 되도록 빨리 찾아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주택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사업에서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매각이 얼른 끝나고 새 주인을 찾아야 대우건설의 중장기 사업계획도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매각을 놓고 여러 말이 나오는 사이 대우건설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11일 대우건설 주가는 5390원으로 산업은행이 매각을 결정한 10월28일과 비교해도 15% 가까이 하락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