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금리인하에 여전히 인색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 연준이 올해 들어 다섯 번째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뒤 국내외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 횟수를 두고 엇갈린 견해를 내놓고 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5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하반기 금리인하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가지, 이번에도 제롬 파월 의장이 매파적(통화긴축)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는 거의 이견이 없다.
파월 의장의 신중한 태도와 한국과 미국 금리격차 등을 고려할 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하반기 금리인하 속도조절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이 나온다.
31일 거시경제분야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한국은행이 8월28일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이날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9월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본다”며 “반면 한국은행은 8월에도 금리동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미국이 다음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내릴 것이란 확신이 없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파월 의장이 고용과 물가 상승 등 경제지표 불확실성에 여전히 높은 경계심을 보이고 있는 점은 9월 인하를 낙관할 수 없는 요인이다.
파월 의장은 현지시각 30일 기준금리 동결 발표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 노동시장은 견조하지만 하방압력을 배제하기 어렵고 관세가 경제활동과 물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두고 봐야 한다”며 9월 통화정책 방향에 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파월의 발언 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에서 9월 금리인하 확률은 기존 64.6%에서 48.1%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리동결이 유지될 것이란 의견은 35.4%에서 51.9%가 됐다.
박형중 우리은행 연구원도 이날 “8월 트럼프의 유예기한이 끝나면서 관세가 물가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에 연준도 9월까지는 신중한 입장을 가져가면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고 한국은행도 쉽게 기준금리를 인하할 타이밍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물가 영향을 확인하기 전에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고 한국은행은 이런 미국 통화정책 기조의 영향을 고려해 인하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바라봤다.
결국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중요하다.
그런데 국내외 증권가에서도 미국 금리인하 시기가 시장의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온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현지시각 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FOMC >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7월 FOMC 리뷰: 파월은 요지부동’이라는 보고서에서 9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이번에도 한결같이 관세와 경제 불확실성을 반복적으로 언급했다”며 “파월은 기자회견 중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물가 영향이 분명하지 않은 가운데 고용시장을 위한 선제적 인하는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와 BNP파리바 등은 연준이 이번 FOMC에서 예상보다 매파적 기조를 보였다고 평가하면서 2025년에는 쭉 금리동결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 이미 2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이에 한미 금리 격차는 2.0%포인트로 역대 최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하반기에도 금리인하에 나서면 한국시장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서 외국인 자금 유출 유인이 커진다.
최근 원/달러 환율도 다시 1390원대로 높아지는 등 변동성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외환시장뿐 아니라 수입 물가, 기업 생산비용 등과 직결된 환율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한미 금리차를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