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니핑'이 부러운 '아기상어',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SAMG엔터 모델로 '기업가치 올리기'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07-31 14: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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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이사(사진)이 캐릭터 사업과 관련한 성과를 부쩍 자주 알리고 있다. 상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이사가 자사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띄우고 나섰다. ‘베베핀’과 ‘씰룩’, ‘아기상어’, ‘핑크퐁’ 등 주요 캐릭터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사업 현황과 성과를 알리는 빈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티니핑’이라는 캐릭터의 성과에 힘입어 기업가치가 급등한 SAMG엔터의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31일 더핑크퐁컴퍼니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위한 토대를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이날 물범 캐릭터를 내세운 애니메이션 씰룩의 시즌2를 중국 대표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플랫폼인 텐센트비디오와 유튜브에서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씰룩은 더핑크퐁컴퍼니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애니메이션 ‘라바(Larva)’의 제작진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밀리언볼트와 함께 만든 3D 물범 관찰 애니메이션이다. 이미 더핑크퐁컴퍼니에서 적잖은 성과를 내왔다는 점에서 시즌2 공개는 주목받는 이벤트일 수밖에 없다.
씰룩의 공식 유튜브 채널은 2022년 11월 만들어졌다. 3년도 안 된 채널이 확보한 구독자 수는 903만 명. 유튜브 기준 누적 조회수는 18억6800만 회가 넘는다.
더핑크퐁컴퍼니의 대표적 IP인 핑크퐁이나 베베핀보다 초기 성장 속도가 빨라 더핑크퐁컴퍼니의 성장을 견인할 유망주로 꼽혀왔다.
더핑크퐁컴퍼니가 내세우는 무기는 씰룩 뿐만이 아니다.
지난 24일에는 회사의 주요 IP 가운데 하나인 ‘베베핀’을 활용한 오프라인 사업을 본격 전개하겠다고도 밝혔다. ‘베베핀’은 20개월 아기 핀과 3세 남아 브로디, 4세 여아 보라, 아빠와 엄마로 구성된 5인 가족을 캐릭터화한 3D 인간 가족 관련 캐릭터를 말한다.
‘베베핀’은 더핑크퐁컴퍼니의 대표 캐릭터인 아기상어나 핑크퐁보다 타깃층이 더 넓다. 영유아 1~5세를 주요 시청자층으로 두고 있으며 다양성과 개성적 성격을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더핑크퐁컴퍼니에 따르면 베베핀은 2022년 4월 유튜브 영어채널에서 단독 공개됐는데 이후 쌓아올린 글로벌 성과가 많다. 국내 애니메이션 최초로 11개 나라에서 넷플릭스키즈 시청 순위 1위에 올랐고 25개 나라 안에서는 톱10 안에 들었다.
최근 기준으로 베베핀의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약 370억 회이며 채널 구독자 수도 6300만 명이 넘는다.
더핑크퐁컴퍼니는 베베핀이 아기상어와 핑크퐁을 잇는 차세대 흥행 IP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활용해 극장판 영화와 테마파크 체험존, 뮤지컬 앵콜 공연 등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극장 상영용으로 만들어진 ‘사라진 베베핀과 핑크퐁 대모험’은 이미 한국에서 개봉됐으며 영국과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대만, 베트남 등에도 차례대로 개봉된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이밖에도 아기상어 시리즈에서 출발한 스핀오프 웹툰 ‘문샤크’가 에이블리에서 추천 웹툰 1위에 올랐다, 아기상어 탄행 10주년을 맞이해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다 등 올해 3월 이후 부쩍 자사의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알리고 있다.
더핑크퐁컴퍼니의 최근 몇 달 사이 행보는 김민석 대표이사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장 추진과 맞닿은 움직임으로 여겨진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지난 5월29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신규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를 넣었다. 현재 회사가 원하는 기업가치는 1조 원대로 거론된다. 2021년 시리즈B 단계의 투자 유치 때 조 단위의 몸값을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예비심사를 통과한다면 그 다음에 코스닥 시장에서 원하는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 더핑크퐁컴퍼니가 만든 5인 가족 캐릭터 ‘베베핀’.
무엇보다도 김 대표가 원하는 눈높이에 부합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더핑크퐁컴퍼니는 202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974억 원, 영업이익 188억 원을 냈다. 실적만 봤을 때에는 조 단위 기업가치를 평가받기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주식시장에서 눈길을 모으고 있는 SAMG엔터의 전략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SAMG엔터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시가총액이 1천억 원대에 머무는 조그마한 캐릭터 회사였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캐릭터 ‘티니핑’을 활용한 사업의 성과가 점차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예전과 입지가 달라졌다.
티니핑의 첫 상업용 영화를 만들어 관객을 모으고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캐릭터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다각화하면서 불과 반 년 만에 주가가 5배나 뛰었다. 7월31일 기준 주가는 7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2022년 12월 상장 당시 공모가는 1만7천 원이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과 모건스탠리가 SAMG엔터 주식 5% 이상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SAMG엔터는 캐릭터 업계에서 아주 ‘핫’한 회사가 됐다.
김 대표가 더핑크퐁컴퍼니 산하 캐릭터와 관련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은 SAMG엔터 못지 않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자본시장에 어필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김 대표는 올해 3월 2025년 핵심 전략을 발표하면서 올해를 원년으로 삼아 글로벌 팬덤을 강화하고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를 넘어 B2B(기업 사이 거래) 사업까지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해 차세대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