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들이 23일 전라남도 목포시청에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부 유치 지역에 관한 설명을 시 관계자들로부터 듣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기후 싱크탱크가 한국이 효과적으로 기후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신설되는 기후에너지부의 권한이 다른 부서보다 높은 수준으로 설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21일 발간한 이슈브리프 '기후정책 주류화를 위한 거버넌스 개편 제안'에서 이런 주장을 내놨다. 이번 이슈브리프에는 한국 기후정책 실패 원인을 진단하고 새 정부의 핵심 기후정책 과제 추진을 위한 정책 제안이 담겼다.
현재 새 정부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놓고 부처간 역할과 권한 재조정 문제를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기능 조정을 포함한 여러 조직 개편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최근 개최된 기후에너지 태스크포스 회의에서는 양 부처 정책 역할과 범위를 두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전환연구소도 이번 이슈브리프를 통해 "서로 다른 부처 출신 공무원들이 모이는 만큼 새로운 부처내 정책과제 목표와 세부 집행수단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어 "그럼에도 이러한 논쟁은 기후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목표를 지닌 부처 내에서 이뤄지는 만큼 '끝이 있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보다 앞서 비슷한 부처를 설치한 영국 사례를 보면 2008년 에너지·기후변화부 신설 과정에서 격론을 거쳐 2년 만에 합의에 도달했다. 이를 통해 영국은 향후 15년 동안 이어진 에너지 전환 정책 기조를 확립할 수 있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이처럼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그 자체로 완결된 해법이 아니라 국가 모든 부처 정책에 기후대응 목표를 주류화하기 위한 '기후정부'의 시작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이슈브리프를 통해 "한국의 기후정책은 목표와 계획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실패해왔다"며 "이는 개별 정책의 미비보다는 부처간 정책 조정과 통합 실패에서 기인한다"고 바라봤다. 또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고 통합적 기후정책 추진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네 가지 거버넌스 개편안을 제안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가장 먼저 이번에 신설되는 기후에너지부는 부총리급 부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총괄할 기후부총리직을 겸임하는 장관을 통해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통합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총리가 위원장을 겸하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도 구조를 개편해 비상근 체제에서 상근 체제를 전환하고 부처 파견 공무원이 아니라 전문 연구인력 중심으로 사무국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편된 탄녹위에는 감축목표 미이행 부서 개입 권한과 온실가스 인지예산 총괄 및 조정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고 봤다.
녹색전환연구소는 대통령실 내 비서실 운영 체계도 개편해 기후수석비서관실을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AI미래수석비서관 산하에 기후환경에너지비서관을 두고 있는데 서로 다른 분야가 수직적으로 편제돼 정합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는 지방정부 기후정책 추진체계 강화를 위해 각 기초지방자치단체별로 기후에너지 통합 부서를 설치하는 거버넌스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기후 대응의 실질적 성과는 지역 단위의 실행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다수 지자체는 기후정책 추진을 위한 전담조직과 전문인력,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역 탄소중립센터는 거의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석 녹색전환연구소 기후시민팀 연구원은 "기존 부처를 중심으로 업무를 떼었다 붙이는 형식으로는 한국 기후정책은 또다시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며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기후를 환경정책의 일부가 아닌 모든 정부 정책의 중심에 놓는 초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총리급 기후에너지부 신설로 한국이 산적한 기후대응 과제에서 성과를 내고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벗어 기후 선도국 반열에 오르길 기대한다"며 "또 탄녹위의 구조적 개편과 환경부 위상 강화와 같은 과제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