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존폐논란이 새 국면을 맞이했다.
금융당국이 이 상품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짓자 그동안 폐지입장을 고수한 현대차그룹이 가맹 카드사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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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금융감독원은 29일 카드 및 캐피탈사에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상품에 대한 지도방침을 전달하기로 했다.
지도방침에 향후 회계상 복합할부 대출금 잔액을 대출채권으로 계리하고 캐피탈사가 선수금을 받는 행위를 자제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은 신차구매 때 고객이 차값을 카드로 일시불 결제하면 캐피탈사가 그 금액을 카드사에 완납하고 고객이 매월 할부금을 캐피탈사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고객, 캐피탈사, 자동차판매점이 거래 당사자인 기존 자동차 할부금융에서 카드사가 끼어든 구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의 요청에 따라 이 상품의 폐지를 검토했다.
현대차그룹이 상품폐지를 요청한 이유는 이 상품이 출시되면서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던 현대캐피탈의 시장점유율이 감소했고 현대기아차 판매과정에서 카드사에 지급해야 할 수수료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품 폐지에 대해 삼성카드 및 중소캐피탈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금융감독원은 이 상품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냈다.
◆ 현대차, 카드사에 수수료 인하 압박
금융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이미 4조원대 이상으로 성장한 시장을 없애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대차에 독과점 해소 방안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여의치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상품폐지가 좌절되자 강경입장으로 전환했다. 현대차는 최근 주요 카드사들에게 복합할부금융 상품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기존 1.9%에서 0.7%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너무 높은 가맹점 수수료율을 전반적으로 낮추기 위해 카드사와 인내심을 가지고 협의하고 있다”며 “추석 전까지 카드사에 의견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현대차의 무리한 수수료 인하 요구가 사실상 가맹점 계열해지 통보나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은다.
카드사 관계자들은 “수수료율을 인하하지 않으려면 복합할부금융을 취급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얘기도 들었다”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복합할부금융 유지결정에 대한 현대차의 후속조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홍석 금융감독원 상호여전감독국장은 “현재 현대차와 카드사 사이에 구두협상 과정이 진행중”이라며 “현대차의 입장에 법 위반 소지가 있으면 당연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 ‘오토론 확대’로 현대캐피탈 달래기 효과 없었나
오 국장은 또 “현대차도 이제 복합할부금융을 인정해야 한다”며 “앞으로 자동차담보대출(오토론)이 확대되면서 현대캐피탈이 영업을 확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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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
현대차그룹 뜻과 달리 복합할부금융 상품이 유지되는 방향으로 결정됐지만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소득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여전사 기업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오토론을 가계 신용대출로 간주하지 않기로 했다.
이전까지 오토론은 가계 신용대출로 간주되면서 가계 신용대출 업무가 본업(리스, 할부, 신기술사업금융)의 자산규모를 넘지 못하는 제제를 받았다.
현대캐피탈은 올해 초 오토론으로 본업비율 제한을 어겨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정도로 오토론에 치중해왔다. 현대캐피탈은 오토론 규제완화의 최대수혜자로 꼽히면서 금융당국이 현대캐피탈을 봐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복합할부를 유지하는 대신 시장 자체를 크게 키우진 않으려는 분위기”라며 “현대카드가 당장은 원하는 걸 손에 넣지 못했지만 향후 오토론 규제가 풀리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