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시중은행 각 지부에 개별교섭을 허용하면서 시중은행의 2016년 임금단체협상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시중은행 각 지부에 임금 관련 교섭권을 허용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노조에게 개별교섭을 허용하되 교섭체결권은 노조위원장이 갖는 방식이다. 개별 노조에서 잘못된 합의가 있을 경우 전체 지부에 영향이 클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별교섭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난 셈이다. 기존에는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산별교섭을 벌여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합의한 뒤 개별 은행의 노사 협상이 이뤄졌다.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노사갈등 때문에 지난해 4월부터 미뤄져 온 시중은행의 2016년 임단협이 해를 넘긴 데다 사용자협의회가 다시 꾸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노조는 임단협을 위해 사용자협의회의 복원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이 개별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시기는 알 수가 없다.

개별 교섭권을 허용한 금융공공기관 노조들이 순조롭게 임단협을 마무리한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 산하 금융공공기관 노조 8곳은 지난해 12월에 개별교섭을 통해 1.5~3% 임금인상에 합의했다. 금융공공기관의 경우 임단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임금이 자동적으로 동결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금융공공기관 지부들에게 개별교섭권을 허용했다.

금융노조는 2% 임금인상안을 포함한 협상방안을 시중은행의 사측에 제시하기로 했는데 시중은행 사측도 임단협 재개를 놓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노조들이 노조위원장 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아 아직 임금협상에 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른 시일 안에 임단협이 재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선거에 당선된 박홍배씨는 국민은행 노조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을 근거로 당선무효결정을 내리자 법원에 당선무효결정취소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노조 선거는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미뤄지고 있다.

우리은행 등도 노조위원장 선거가 끝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아직 집행부를 제대로 꾸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협상이 시작되더라도 금융노조가 개별노조의 임금협상에서 성과연봉제와 관련된 논의는 허용하지 않기로 해 교섭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시중은행들은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고 있는 만큼 협상과정에서 성과연봉제와 관련된 사항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