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발루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호주 비자 신청 프로그램이 열린지 3일 만에 신청자가 약 3천 명이 몰렸다. 사진은 투발루 주민 대다수가 거주하는 푸나푸티 섬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 영향으로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태평양 도서국가 주민들이 호주로 이민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6일(현지시각) 가디언은 태평양 도서국 투발루 주민 3천여 명이 호주로 이민을 떠나기 위한 비자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투발루 전체 인구의 3분의1에 이른다.
호주는 그동안 투발루와 맺은 기후이주 협정에 따라 매년 투발루 시민 280명에 이민 비자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자 신청 기간이 시작된 지 4일 만에 3125명이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짐에 따라 이주를 원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다.
호주 외교부는 공식성명을 내고 "호주는 기후변화가 기후에 취약한 국가와 국민, 특히 태평양 지역에서 생태계, 안보, 복지 등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변화의 악영향이 강화되는 만큼 존엄성을 갖춘 이민으로 투발루 국민들은 호주에서 살고, 공부하고,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계는 기후변화가 현 추세를 유지할 경우 투발루가 80년 안에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투발루 영토를 구성하고 있는 산호섬 9곳 가운데 2곳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전문가들은 호주와 투발루 이주 협정으로 투발루의 국가 소멸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존 코넬 호주 시드니대 지리학자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숙련 인력 유출을 겪고 있는 투발루는 국민의 미래를 보장해주기 어렵다"며 "농업은 이미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고 어업은 잠재력이 있으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발루 정부는 기후변화에 자국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호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펠레티 테오 투발루 총리는 가디언을 통해 "투발루가 자연재해, 전염병, 군사침략 등에 직면했을 때 투발루를 지원하겠다고 합법적으로 약속한 나라는 호주가 처음"이라며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에도 투발루의 미래 지위와 주권을 법적으로 인정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호주가 최초"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