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상반기 주요 은행권에서 적발된 금융사고 규모가 1850억 원대에 이른다.
2024년 7월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 도입을 본격 추진하면서 각 은행들은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과 조직문화 쇄신 등 강화조치를 들고 나왔다.
▲ 2025년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에서 적발된 10억 원 이상 금융사고는 모두 16건, 사고금액은 1854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기간을 포함 지난해에도 대형 부당대출과 횡령, 사기 등 사고가 지속되면서 앞으로 내부통제 실효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각 은행 공시 내용을 종합하면 2025년 들어 이날까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적발된 금융사고 건수(10억 원 이상)는 13건, 금액은 910억5329만 원에 이른다.
하나은행이 5대 은행 가운데 금융사고 건수와 금액이 가장 컸다.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외부 사기에 따른 350억 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비롯해 모두 5건, 488억4500만 원의 사고를 적발했다.
사고 규모로 보면 NH농협은행이 금융사고 274억529만 원(2건)으로 뒤를 이었고 KB국민은행이 110억9800만 원(4건), 신한은행은 37억500만 원(2건) 등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국내에서 공시한 10억 원 이상 금융사고가 없다.
지난해 순이익 기준 국내 은행권 5위에 들어가는 IBK기업은행까지 포함하면 올해 상반기 주요 은행의 금융사고 건수는 16건, 전체 사고금액 총합은 약 1854억 원으로 집계된다.
기업은행은 올해 내부 임직원이 연루된 금융사고만 2건, 922억 원 규모를 적발했다, 전세사기 일당 등 외부인에 따른 사기사고(22억1900만 원)까지 잇따랐다. 기업은행은 앞서 10년 동안 10억 원 이상 금융사고 적발 사례가 없었는데 올해 대형 사고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지난해부터 책무구조도 제출과 시범운영 등으로 내부감사와 통제, 신고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금융사고 적발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은행권 금융사고는 발생시점이 아닌 적발시점을 기준으로 집계하는 만큼 올해 상반기 공시된 ‘1850억 원’ 규모 금융사고 대부분이 과거에 벌어진 일이다.
다만 국민은행의 46억 원 규모 업무상배임을 포함 금융사고 4건 가운데 3건이 2024년 하반기까지 이어진 사건이다.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하나은행이 올해 4월 공시한 74억 원 규모 금융사고도 2021년 10월 시작돼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참가하고 있던 지난해 12월까지 지속됐다. 이 사고는 내부 직원이 대출 취급과정에서 여신거래처 및 관련인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허위서류 등을 통한 부당대출을 실행한 건이다.
농협은행에서 적발된 2건의 금융사고도 둘 다 지난해 7월, 8월까지 계속된 사안이고 신한은행의 직원 횡령과 외부인 사기 사고도 발생기간이 2024년까지 걸쳐있다.
기업은행의 882억 원 규모 부당대출도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장기간 지속됐다. 전·현직 직원과 배우자, 입사 동기, 거래처 관계자 등 연루된 사람도 수십명이다.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라 내부감사 강화가 금융사고 적발에는 일정부분 성과를 보였지만 내부 직원 비위와 외부 사기 등 행위를 실질적으로 걸러내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내부통제의 진짜 의미는 금융사고 예방과 제재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게다가 최근 은행권 금융사고는 임직원과 브로커의 공모 등으로 조직화, 대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김병칠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2024년 7월1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개정 지배구조법 시행 관련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계획 및 제재 운영지침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올해 2월 발표한 ‘2024년 지주·은행 주요 금융사고 검사결과’ 설명회에서 금융사고 관련 예방과 보고, 고발, 제재 등 모든 단계에서 내부통제가 아직 부실하다고 평가했다.
또 은행권 금융사고가 장기간 조직적이고 교묘한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지난해 3분기까지 건당 평균 사고금액이 23억4천만 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13억4천만 원)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금감원 검사에서 적발된 금융사고는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금융사고 조직화, 대형화를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1월부터 은행권은 책무구조도가 본격 시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각 은행들은 내부통제 실효성 확보 과제가 더욱 시급해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미 상반기 공시된 금융사고 가운데서도 올해 1월까지 지속돼 책무구조도 적용대상이 되는 사고가 있는 만큼 앞으로 적발되는 금융사고로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을 지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무구조도 은행 등 금융사 임원들에게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실패 책임을 직접적으로 물을 수 있는 제도다.
2024년 7월3일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제도화됐고 2024년 하반기 은행과 금융지주 등 18곳이 참여해 시범운영을 진행했다.
올해 1월3일부터 은행과 금융지주 등은 6개월 유예기간이 끝나 책무구조도가 본격 도입됐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