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전기차 이외로 중대형배터리의 매출처를 다각화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분야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의 강도높은 견제로 전기차배터리 사업확대가 어려워진데다 시장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어 실적개선의 활로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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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성 삼성SDI 사장. |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확대가 향후 실적개선을 위해 중요한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보급확대로 ESS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아직 삼성SDI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ESS는 태양광발전 등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해두는 장치로 중국과 미국 등 여러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를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어 급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으로 꼽힌다.
글로벌 태양광에너지시장은 지난해 48%의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100%에 가까운 성장폭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에너지솔루션기업에 ESS용 중대형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미국 다이나파워와 듀크 등 업체에 중대형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전자재료사업부문에서도 삼성SDI가 태양광발전시설에 공급하는 편광필름과 태양광페이스트의 경쟁력을인정받고 있다. 삼성SDI는 중국 태양광페이스트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실적에 기여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북미에서 전력용 ESS 수주효과를 보고 있지만 중국정부의 전기차배터리 규제 등 악재를 방어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테슬라모터스는 ESS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해 태양광에너지 자회사 솔라시티에 일본 파나소닉과 공동으로 6조 원의 투자를 계획하는 등 사업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테슬라모터스는 태양광패널과 인버터, ESS에 이르는 모든 발전시설을 완전한 솔루션 형태로 공급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고객사 확보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LG그룹도 LG전자를 중심으로 태양광패널과 인버터, 전력관리시스템과 LG화학의 ESS를 고객사에 솔루션으로 공급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춰내고 사업확대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삼성SDI의 경우 ESS용 배터리를 솔루션업체에 공급하는 데 그치고 자체적인 수직계열화를 갖춰내지 못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태양광재료사업도 ESS와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
테슬라모터스와 LG화학의 배터리 생산량은 삼성SDI를 큰폭으로 웃돈다. 규모의 경제효과를 갖춘데다 솔루션 형태 제품의 경쟁력이 주목받아 ESS시장에서 영향력을 큰폭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가 이런 상황에서 ESS의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업체와 더 긴밀하게 협력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솔루션 형태의 수직계열화를 갖춰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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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I의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태양광사업을 사실상 포기하고 전장부품에 역량을 더욱 집중하기로 했다. 삼성SDI가 계열사 간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워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SDI는 중국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어려워져 전기차배터리의 실적개선여부가 불투명해진 만큼 ESS의 성장이 더욱 절실하다.
중국정부는 최근 발표한 5차 신에너지 자동차보조금 지급차량목록에서 삼성SDI와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자동차를 제외했다. 그동안 최대 악재로 꼽혀왔던 중국정부의 한국 배터리업체 견제가 현실화된 셈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공장의 가동률 하락이 지난해부터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유럽공장 증설을 지속하고 중국의 기존 고객사와 협력을 강화하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비야디와 파나소닉 등 선두업체들의 지속적인 생산확대로 시장경쟁도 점점 치열해지는 만큼 전기차배터리의 흑자전환과 실적개선은 예상보다 늦어질 공산이 크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삼성SDI의 ESS 매출은 2090억 원으로 중대형배터리에서 16%의 비중을 차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손실율도 21%정도로 높은 만큼 더 공격적인 사업확대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테슬라의 솔라시티 투자확대 등은 글로벌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인프라확대를 자극해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라며 “ESS시장확대가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