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삼일회계법인이 작성한 홈플러스 보고서에 따르면 청산가치가 회생관련채권액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홈플러스에 대한 조사위원(삼일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가 지난 12일 법원에 제출됐다.
조사보고서에는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개시에 이르게 된 원인과 재산상태, 홈플러스의 경제성(청산가치 및 계속기업가치 산정) 및 회생절차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조사위원의 판단 등이 담겼다.
이 조사보고서에는 어느 회생기업과는 다른 몇가지 눈에 띄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첫째는 청산가치가 회생관련채권액(회생채권 및 회생담보권)보다 더 크다는 점이다.
우선 삼일이 산출한 홈플러스의 청산가치(3조6816억 원)과 계속기업가치(2조5059억 원)를 비교해보면, 계속기업가치가 더 크다.
회사가 영구히 존속하면서 창출할 수 있는 잉여현금흐름(계속가치)보다 지금 회사의 모든 자산을 내다 팔아 회수할 수 있는 금액(청산가치)이 약 1조1700억 원 정도 더 높게 나온 것이다.
그런데 특이했던 것은 이러한 청산가치가 회생관련채권액(2조7593억 원)보다도 더 높게 산출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론적으로 지금 청산을 하면 모든 채권자들이 채권을 전액회수하고 나서도, 주주의 몫으로도 9200여억 원이 남는다는 이야기다.
회생기업에서 청산가치가 회생관련채권액보다 큰 것은 매우 드물다. 거의 모든 사례에서는 청산가치가 턱없이 낮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법원은 M&A로 회생기업 정상화를 추진할 때 청산가치 이하 입찰은 제한한다.
예컨대 청산가치가 1000억 원이고 회생관련채권액이 5000억 원이라면, M&A 매각대금 최저선을 1000억 원 으로 정한다는 것이다.
채무자회생법 제286조 2항은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클 경우 원칙적으로 회생절차를 폐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홈플러스 예금계좌와 매출채권 및 영업자산 등에 대한 채권자들의 가압류가 쏟아져 홈플러스는 파산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가 파산을 피하고 회생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은 회생절차에서 M&A를 진행하는 것인데, 법원의 허가를 필요로 한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법원의 M&A 허가는 거의 확실해 보인다.
문제는 앞에서 언급한대로 청산가치가 매우 높게 산출되었다는 점이다. 법원이 과거의 사례에서처럼 청산가치 3조6816억 원을 M&A 최저선으로 제한할까?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이만한 금액을 홈플러스 입찰대금으로 써낼 수 있는 기업은 드물 것으로 본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보통주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대주주가 완전무상감자 의사를 밝혔고, 청산가치 이하 M&A를 하여도 채권자들의 채권회수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법원이 입찰금액을 청산가치 이상으로 제한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홈플러스 분할매각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매장별 분리매각 또는 홈플러스 대형마트와 수퍼부문(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분리매각 가능성인데, 홈플러스는 일단 통매각을 원칙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점 두번째는, 삼일회계법인이 홈플러스의 미래 실적 추정을 위해 과거 실적을 분석할 때 리스회계 효과를 배제하였다는 점이다.
우선 아래의 표를 한번 보자.
홈플러스의 최근 3개년 공시된 재무제표상 영업적자는 약 1500억 원~2700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 리스회계 효과 제거기준으로 수정하면 적자폭은 1600억 원~2900억 원으로 확대된다.
특히 회사의 영업현금흐름 창출능력을 보여주는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된다.
공시 재무제표 기준으로 EBITDA를 뽑아보면 최근 3개년 모두 1500억~2700억까지 플러스다. 그런데 리스효과 제거기준으로 보면 싹다 1600억~2900억까지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홈플러스의 존속가치(계속기업가치)를 산정하려면 10년간 영업손익과 운전자본의 변동, 설비투자액 등을 추정하여야 한다. 이러한 추정은 과거 실적흐름을 토대로 한다.
삼일은 홈플러스의 과거 3개년 공시된 재무제표상의 실적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조정치를 따로 산출하였다.
그럼 뭘 조정하였는가? 삼일은 2018년부터 K-IFRS에서 시행하고 있는 개정 리스회계를 배제하였다.
예컨대 과거 리스회계에서 홈플러스 같은 리스이용자가 연간 지급하는 리스료는 손익계산서에서는 해마다 영업비용으로 처리될 수 있었다.
동시에 지급된 리스료는 현금흐름표에서는 영업현금흐름의 유출로 기록하는 것이 가능했다(운용리스 허용)
그런데 IFRS의 리스회계 개정안 확정으로 K-IFRS에서도 2018년부터 1118호 새 리스기준이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임대매장 부동산자산의 공정가치와, 앞으로 지급해야 할 총리스료 부채의 현재가치를 홈플러스 자신의 재무제표에 각각 리스자산(부동산사용권자산)과 리스부채로 얹어 놓았다.
그리고 리스자산에 대해서는 감가상각을 적용하였다. 매해 지급하는 리스료는 리스이자비용과 리스부채원금상환액으로 나누어 회계처리하였다.
새 리스기준에 따르면, 손익계산서 영업이익에 영향을 주는 것은 감가상각비 뿐이다.
아울러 현금흐름표를 보자면, 과거 영업현금흐름 유출로 기록되던 것이 재무현금흐름(리스부채의 상환) 유출로 전환되는 효과가 발생하였다.
새 리스기준 덕분에 영업이익 및 EBITDA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효과, 영업현금흐름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삼일은 판단하였다.
그래서 삼일은 이러한 리스효과를 배제한 과거 3개년 손익을 따로 산출하여 홈플러스의 미래추정에 활용하였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의 계속기업 가치는 그만큼 낮게 산출되었고, 청산가치와의 간격이 벌어지게 된 여러가지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된 것으로 보인다.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