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시민들이 2023년 11월 수도 웰링턴 시내에서 조만간 출범할 보수 정부가 펼칠 정책들에 반대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당시 7년 만에 집권에 성공한 보수 정부는 기후정책 축소, 화석연료 채굴 확대, 대규모 감세 등을 약속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뉴질랜드 변호사들이 기후정책을 축소하고 화석연료 채굴은 늘리는 자국 정부가 국민 보호를 위한 충분한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10일(현지시각) 가디언은 기후행동을 위한 뉴질랜드 변호사 협회와 환경법 이니셔티브 등이 뉴질랜드 웰링턴 고등법원에 자국 정부를 상대로 한 사법 심사를 청구했다고 보도했다. 양 단체를 통해 이번 소송에 참여하는 변호사들은 약 300명에 달한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들어선 자국 보수 정부가 수십 가지가 넘는 온실가스 대응책을 의도적으로 폐기했을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대중과 적절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시카 팔레렛 기후행동을 위한 뉴질랜드 변호사 협회 대표이사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현 정부는 근본적으로 기후대응에 충분한 노력을 다하고 있지 않다"며 "현 정부의 태도는 근본적으로 국가적 퇴보를 불러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고 측은 뉴질랜드 정부가 최근 친환경차 보조금과 휘발유 대체연료 보급 계획을 축소하면서 국민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탄소 상쇄를 핵심 감축정책으로 지정해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탄소상쇄는 직접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심는 행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출 영향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산불이나 벌목 등으로 나무가 죽으면 흡수한 탄소를 모두 다시 배출할 뿐 아니라 제대로 감축 효과를 집계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크리스티나 후드 에너지 컨설팅 업체 '컴퍼스 클라이밋' 책임자는 가디언을 통해 "뉴질랜드 정부의 배출량 감축 계획은 엄청나게 근시안적"이라며 "나무를 심는 만큼 탄소를 배출할 수 있다는 가정을 세우고 있지만 이는 미래 영향을 무시하는 편협한 접근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뉴질랜드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7%로 낮은 국가이나 배출량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 1990년부터 2018년까지 뉴질랜드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57% 증가했는데 이는 모든 선진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팔레렛 이사는 "현재 정부의 배출량 감축 계획은 우리나라에 장기적으로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에 우리는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뉴질랜드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는 화석연료 및 광물 채굴은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배출량은 향후 더욱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해 천연가스 탐사를 지원하기 위한 2억 달러(약 2739억 원) 규모 예산을 편성했고 2035년까지 연간 광물 수출액을 30억 달러(약 4조1094억 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반대로 환경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에 사용되는 기금 규모는 지속적으로 줄여나간다는 방침을 내놨다.
가디언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 사이먼 왓츠 뉴질랜드 기후장관실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클로에 스워브릭 뉴질랜드 녹색당 공동대표는 가디언을 통해 "현 정부에 있어 기후정책은 종이 한장 값어치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