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한국전력공사 수장인 김동철 사장의 지위도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표적 공기업 가운데 하나인 한국전력공사의 경영 방향성도 변화할지 주목된다.
한전은 역대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서 영향을 밀접하게 받있으며 한전 사장의 거취도 관심이 집중됐다.
한전 역사상 처음으로 정치인 출신으로 사장이 된
김동철 사장이 신재생에너지에 방점을 찍고 있는 이재명 정부 아래에서 어떤 운명에 놓일지 시선이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21대 대선 에너지 정책에서 드러난 정책적 온도차 '신재생 vs 원전'
2025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 에너지 및 전력 정책은 확연한 온도차가 드러났다.
민주당은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을 지향하되 원전과 병행하는 다각적 전략을 내세웠다.
특히 2040년 석탄화력 발전 폐쇄,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AI·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친환경 산업 육성을 중심으로 하며, 태양광·풍력 확대, RE100(재생에너지 100% 활용 캠페인) 산업단지 조성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원전 중심 에너지체계 복원과 전기요금 부담 경감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국민의힘은 원전 비중을 현 32.5%에서 60%로 확대하고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를 통해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내세웠다. 또한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를 적극 추진하며,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높은 단가 및 간헐성 문제를 들어 비판적 시각을 견지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2022년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며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번 정권교체 결과에 따라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특히
김동철 사장은 한전의 재무위기가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과 ‘급격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도 원인이 있다고 주장한 바도 있다.
그는 국회 자료를 인용해 2016~2021년 원전 비중은 30%에서 27.4%로 감소했지만, 신재생에너지는 4.8%에서 7.5%로 증가해 비용 효율성과 계통 부담이 가중되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의 출범으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에너지 정책 속에서
김동철 사장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역대 한전 사장들이 정치적 영향을 받아 자리를 내준 사례가 있는 만큼 김 사장의 자리를 두고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한국전력공사 사장, 정치적 희생의 역사
한전 사장의 임기는 통상 3년으로, 1년 단위의 연임이 가능하다(한전 정관 제27조). 법령상으로는 ‘법령 위반’이나 ‘직무 태만’ 등이 있어야 해임할 수 있으나(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22조 1항), 현실에서는 정치권의 압력과 갈등에 민감하게 노출되어왔다.
특히 전력 및 에너지 정책은 국가 안보와 경제적 부담, 국민 생활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해당 기관장들은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2023년 정승일 전 한전 사장이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되어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택했으나, 윤석열 정부가 원전 확대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뒤바꾸면서 ‘30조 원 적자’ 책임을 집중적으로 추궁당했다.
박대출 당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4월 28일 공개적으로 정승일 당시 사장을 향해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라”고 사퇴를 압박했다.
결국 정승일 사장은 2023년 5월12일 25조7천억 원 규모 자구안 발표 직후 전격 사퇴를 선언했고, 정치권의 압력이 공기업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2012년 김중겸 사장의 행보도 유사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임기 3년의 약 2년을 남긴 중에도 서울 소재 청와대 내에서 교체 검토가 떠돌았다. 주된 이유는 김 사장이 3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 요구(13.1%, 10.7%, 4.9%)를 강행해 정부 내부와 심각한 갈등을 빚은 데 있었다.
김중겸 사장은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4조4천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 추진을 발표하는 극한 대립까지 보이며, 공기업 경영진이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는 공공요금 문제에서 얼마나 쉽게 희생되는지를 실질적으로 보여줬다.
김동철 사장의 운명 역시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 앞에서 많은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김 사장이 거취를 놓고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