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력망 부족, 비효율적인 전력구매계,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 등에 가로막혀 제대로 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E&S가 베트남 남부 해상에 설치한 풍력 터빈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력망 문제와 비효율적인 공급 제도 문제로 제대로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5일 발간한 '한국 재생에너지 성장을 가로막는 세 가지 병목요인'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짚었다.
IEEFA는 한국 재생에너지 생산능력은 2013년부터 지난 10년 동안 6배 증가했음에도 실제 생산량은 약 3배 늘어난 것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주요 병목 요인으로 작용하는 미흡한 전력망, 비효율적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재생에너지 성장과 괴리된 비생산적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채원 IEEFA 수석연구원은 "국가 전력망 확충 및 현대화가 지연됨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 출력제어, 계통 연계 지연 등이 빈번하게 발생해 재생에너지가 에너지 믹스에서 차지하는 비중 확대가 미비했다"며 "이는 재생에너지에만 제한된 문제가 아니라 향후 반도체 클러스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했을 때 수도권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데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IEEFA 연구진은 향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공급을 위한 국가 전력망 확충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국내 PPA 제도는 지나치게 복잡한 규정, 높은 가격, 한국전력의 전력망 독점 등 문제를 끌어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구성되는데 지나치게 복잡한 PPA 제도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생산자와 소비자가 주도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전력 시장 참여가 용이한 선진국 PPA 제도와 달리 한국 PPA는 복잡한 구조와 거래 제약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대체로 높은 PPA 가격 때문에 재생에너지 수요자가 PPA와 경합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산업용 전기료 등 다른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전력 생산자가 일정 비율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RPS제도는 기업들이 REC로 대체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 생산량 증가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국가전력망 확충, PPA, RPS제도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한국이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녹색 보호주의에 대응하려면 재생에너지의 질적 성장을 위한 대대적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